李晟豪(이성호)전대호건설 사장의 계좌에서 金賢哲(김현철)씨 계좌로 거액의 돈이 들어간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沈在淪(심재륜)대검 중수부장의 표현대로 「시추공을 뚫어 김이 모락모락 나던」 수사가 드디어 「수맥(水脈)」을 찾아낸 셈이다. 검찰관계자는 24일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수사가 이제 반환점을 돌아 골인지점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 계좌에서 현철씨 계좌로 흘러 들어간 돈의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 검찰은 『수십억원은 아니다』고만 밝혀 수억원 규모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계좌 추적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액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수사진전과 그동안 이씨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종합하면 문제의 돈의 구체적인 성격을 추론할 수 있다.
이씨는 △95년에는 영동고속도로 소사휴게소 운영권을 △94년 10월에는 10여명의 직원으로 연간 매출액 6백억∼8백억원을 올리는 포항제철 철강 판매권을 따냈다.
이씨에게서 들어간 돈은 바로 이같은 이권사업과 유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이씨가 현철씨의 힘을 이용해 이권을 따내고 그 대가로 돈을 넘겨주었다는 것.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행위가 전형적인 알선수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문제의 돈을 어떻게 찾아낸 것일까. 이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미국으로 출국해 버렸다. 또 이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도 발부받은 일이 없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람이 간다고 계좌까지 다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영장이 있어야만 (계좌를) 뒤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말도 했다.
결국 검찰은 이씨 주변인물들의 동의를 얻어 이씨 관련계좌를 찾고 이씨 관련회사에서 장부 등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아 자금의 흐름을 추적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현철씨의 측근인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의 소환을 미루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검찰은 일단 이씨 계좌에 대한 추적과정에서 「중요한 전과」를 올림으로써 25일로 예정된 현철씨의 청문회 증언 결과를 지켜본 뒤 수사방향을 정해 박씨와 현철씨 등을 소환, 여유있게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