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현철씨 수사」 중압감…청문회이후 격려전화 쇄도

  • 입력 1997년 4월 26일 20시 02분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사건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6일 검찰수사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여권핵심부의 「조기수사종결」방침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현철씨의 국회 한보특위 청문회가 열린 지난 25일 대검 중수부장실과 수사기획관실에는 청문회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기를 기대했던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에 찬 전화가 쇄도했다. 전화를 건 시민들은 증거가 드러난 부분만 시인하고 나머지 사안은 부인으로 일관하는 현철씨와 이를 제대로 추궁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이제 믿을 것은 검찰밖에 없다』며 격려와 분발을 촉구했다. 한 시민은 『대통령 아들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각종 이권과 국정에 개입하고도 「아버지에 대한 도리」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현철씨를 검찰이 구속해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다른 시민은 『현철씨를 감싸기에 바쁜 여당의원이나 진실을 규명하기에 역부족인 야당의원 모두에게 정말 실망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검찰관계자는 『국민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청문회와는 상관없는 검찰에까지 전화를 했겠느냐』며 『이번 수사에 대해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현철씨가 청문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철저히 부인, 앞으로 수사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 『현철씨의 형사처벌은 시간문제』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제기된 현철씨를 둘러싼 비리의혹 규모가 너무나 방대한데다 청문회에 실망한 국민이 검찰에 거는 기대가 워낙 커서 검찰의 수사결과가 얼마나 만족스러울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의 고위관계자가 이날 『내달 초 한보사건 재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자 수사검사들은 『도대체 누가 검사고 누가 수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 수사관계자는 『현철씨 구속이 이번 수사의 정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지 않고 현철씨 구속후 서둘러 수사를 끝낸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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