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호텔직원들 「양심의 팁상자」로 불우이웃 도와

  • 입력 1997년 4월 27일 20시 08분


그것은 「양심의 상자」였다. 투숙객들이 호의로 준 팁. 이 친절의 대가를 호주머니에 넣지 않고 양심에 따라 상자에 모아온지 어언2년여.6백70여만원의 이 돈은 곧 치매노인의 치료를 위한 성금으로 전달된다. 지난 26일 서울 리츠칼튼호텔 지하 직원식당. 직원들은 지난 2년2개월동안 한번도 꺼내지 않았던 「팁상자」를 뜯었다. 미화 25센트짜리 동전부터 1만원짜리 지폐까지 각국의 돈이 수북이 쌓였다.모두 6백74만2천원. 2백여명이 모은 돈치고는 많다할 수 없는 액수다. 한보청문회에서 나온 사례비나 떡값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초라한 금액이다. 그러나 그 값어치만큼은 「사과상자」로 건네졌다는 거액보다 더 값졌다. 이 돈은 이들이 손님들로부터 받은 팁. 그런데 왜 이 돈이 여기에 담기게 됐을까. 대답은 명쾌하다. 「팁은 절대 받지 않는다」는 손님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한국의 호텔은 봉사료가 있어 별도로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은게 현실. 서비스에 대한 호의로 팁을 주고, 또 마다하는게 예의가 아니어서 받게 된다. 그러나 이 호텔은 달랐다. 지난 95년 3월부터 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더불어 출처까지 기록으로 남겼다. 『거절했지만 한사코 주셔서 불가피 했습니다』 『술취한 손님을 부축해 택시에 모셨더니 고맙다며 주셨습니다』 현관의 도어맨, 화장실의 미화원 등 종업원들은 팁을 받을 때마다 상자에 넣고 기록했다. 이날 직원들은 이 돈의 사용처를 놓고 논의 끝에 치매노인 치료를 돕기 위해 5월초 해당시설에 전달하기로 했다.우리사회가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지만 귀중한 「양심의 상자」였다. 〈조성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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