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가 6일 「정태수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검찰의 조사를 받은 당직자 등 소속의원들을 당 차원에서 징계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대표가 「대쪽」 이미지의 손상을 일정 부분 감내하면서 이같이 마음을 정한 것은 앞으로의 경선구도에서 「당심(黨心)」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한국당측은 빠르면 내주 중 검찰조사가 발표되는 대로 이들 의원에 대한 징계문제 등을 논의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동안 이대표측은 「떡값으로 몇천만원씩 받을 수 있느냐」는 여론과 「누가 누구를 돌로 칠 수 있느냐」는 정치권의 인식 사이의 간극을 메울 묘안을 찾지 못해 고심해왔다.
이대표는 지난 1일 시민과의 대토론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서 『한보사건이 끝나면 당차원에서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원칙론」만을 밝혔다. 당시 그는 어떤 경위로 돈을 받았는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전체를 한 묶음으로 일괄 처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선별처리 입장」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검찰조사를 받은 신한국당 의원 15명 가운데는 金守漢(김수한)국회의장 金潤煥(김윤환) 金命潤(김명윤)고문 金德龍(김덕룡) 徐錫宰(서석재) 金正秀(김정수)의원 등 민주계 중진들은 물론 河舜鳳(하순봉)대표비서실장 朴鍾雄(박종웅)기획조정위원장 羅午淵(나오연)제2정책조정위원장 등 당직자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대표측은 이들을 선별적으로 징계위에 넘길 경우 무엇을 근거로 대상을 결정했는지 하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당내의 「반(反)이대표 정서」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표가 이들 의원의 징계라는 「대증적인 접근」을 넘어 고비용 정치구조의 개선을 위한 교훈으로 삼자는 「대승적인 해법」을 제시한 이면에는 이같은 현실적인 계산이 숨어있다.
또 이대표로서는 「본선」인 연말의 대통령선거에 나서기 위해서는 「예선」인 당내경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때문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법대로」를 접어둔 채 아군을 한사람이라도 더 만드는 「덧셈 정치」쪽으로 급속히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