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삐삐삐…」.
국내 유일의 「삐삐소설가」 徐敏(서민·31)씨는 많을 때는 하루 1천여통의 삐삐호출을 받는다.
그의 현직은 국립보건원에서 군복무중인 공중보건의. 그러나 일부 청소년들에게는 잘 나가는 삐삐소설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도 PC통신 작가가 여럿 있고 PC통신에 뜬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도 적지 않지만 삐삐소설가는 아직까지 그가 유일하다.
그는 지난 96년 1월부터 매일 아침 자신의 삐삐에 음성으로 소설을 연재하는 독특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른새벽 삐삐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깨자마자 20초동안 자신의 호출기 음성사서함에 소설을 녹음한다. 그의 소설은 매일 일정분량을 호출기에 담는 만큼 자연히 연재소설 형태가 될 수 밖에 없다.
최근 들어 특히 청소년들이 이동통신기기를 사용하는 모습은 거의 열광에 가깝다. 길거리 버스 지하철 강의실 공연장 음식점 등산로 공중화장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선호출기를 이용한다.
「하루 종일 한번도 호출을 받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학생들도 있다. 암호같은 삐삐은어를 모르는 청소년은 이제 「간첩」으로 불린다.
삐삐를 호출기로만 쓰고 있으면 「쉰세대」라 할 만하다. 청소년들은 성냥갑만한 삐삐를 △자동차 원격시동 △약속 확인 △날씨 바이오리듬 교통상태 증권 은행잔고 조회 △프로야구 속보 청취 등 다목적으로 활용한다.
〈정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