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金賢哲(김현철)씨를 15일 전격 소환키로 한 것은 현철씨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수순(手順)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현철씨 소환을 무작정 늦출 경우 수사의 조기종결을 바라는 여론과 대선자금 수사압력 등 이중의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현철씨 수사를 철저히 하다보면 결국은 대선자금과 그 잔여금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수사여부를 놓고 고민해왔다.
그러나 「대선자금 수사유보」의견이 우세해지면서 수사조기종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철씨를 형사처벌할 수 있을 정도의 범죄혐의를 확인한 검찰로서는 현철씨 소환일을 앞당기는데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수사팀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현철씨의 이권개입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굵직한 범죄혐의는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1일 현철씨의 비자금관리인인 전대호건설사장 李晟豪(이성호)씨가 도피중이던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검찰이 여러차례 이씨가 수사에 잘 협조하고 있다고 한 말은 현철씨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는 범죄혐의를 확인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검찰이 현철씨가 관리해온 대선자금 잔여금과 기업체에서 받은 돈 등을 어느 정도나 공개할지도 주목된다. 수사팀은 현철씨의 구속영장청구서에는 현철씨가 대선자금 잔여금을 관리해왔다는 정도만 밝히고 잔여금 규모와 관리방법 등은 수사결과 발표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국의 뇌관이나 다름없는 대선자금 잔여금을 검찰이 공식적으로 밝힐 경우 몰고올 파문을 우려한 검찰수뇌부나 여권핵심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한 수사관계자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했다. 대선자금 등 미진한 부분은 차기정권에서 수사가 다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 점은 이번 수사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검찰이 현철씨 비자금을 관리한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운영차장을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현철씨에 앞서 부르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 복안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김전차장과 현철씨를 잇달아 소환, 형사처리할 경우 자칫 이번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일단 현철씨를 형사처리한 뒤 여론의 추이를 보며 김전차장의 소환과 처리수준 등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수사미진과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여론이 거셀 경우 김전차장을 매개로 다시 수사할 여지를 남겨놓았다고 할 수 있다.
뚜렷한 개인비리를 찾아내기 위해 시간을 벌자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이 지난 13일 한솔그룹 趙東晩(조동만)부사장을 불러 김전차장에게 이권청탁과 관련해 돈을 주었는지를 집중추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기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