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대부중 朴柱宅(박주택·56)교사는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 13일 30년 장기근속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수심 가득한 얼굴로 교무실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제자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 제자를 가르치고 길러낸 스승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박교사는 지난 74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의 중학교 3학년때 담임교사였다.
학급 부반장이던 현철씨는 명랑한 성격에 운동을 좋아했고 졸업할 때는 3년개근상과 우등상을 탈 정도로 성실했다는 것이 그의 기억.
그 제자가 20여년 세월이 흐른 지금 국민의 지탄을 받고 공교롭게도 스승의 날인 15일 검찰에 소환돼 구속을 눈앞에 둠에 따라 박교사의 심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집안 경조사 때면 늘 찾아오고 스승의 날에는 잊지 않고 꽃을 보내오던 착한 제자였는데….
『제자가 잘 돼야 힘이 나는게 선생 아닙니까. 현철이가 얼마전 TV로 생중계된 국회청문회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박교사는 30년간의 교단생활을 통해 제자들이 보내준 스승의 날 축하꽃다발을 앞에 두고 이렇게 쓸쓸하기는 처음이다.
『현철이가 대통령의 아들일 때 자랑스러운 제자였던 것처럼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저에게는 소중한 제자입니다.현철이가 이번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보다 성숙한 사람으로 태어나길 빌 뿐입니다』
〈윤종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