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돈암동 한진아파트 축대붕괴사고 조사 과정에서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재확인됐다. 안전점검 및 진단제도는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존재임이 드러났다.
한진건설은 지난해 9월 이곳에 안전사고 우려가 높다는 지적에 따라 옹벽과 209동을 포함한 아파트 전체단지를 대상으로 정밀 안전진단을 의뢰했다.
당시 한국건설품질관리연구원이 209동 건물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 내린 결론은 「지반의 지지력이 양호해 내구성에 문제는 없다」는 것. 옹벽 부분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한 한국건설구조안전연구원도 「옹벽 내부의 콘크리트 압축강도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불과 8개월 뒤 아파트 건물을 지탱하는 축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했느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안전진단 관계자들은 『예산에 대한 압박때문에 정밀한 안전진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안전진단 의뢰자의 구미에 맞는 결과를 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면서 『시공업체가 제공하는 사진이나 도면을 보고 외관만 조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털어놓고 있다.
성수대교붕괴사고 삼풍백화점참사 등 대형사고를 계기로 지난해 4월 정부가 제정한 「시설물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안전진단전문기관이 설립됐으나 기술사 기사 등 현장경험이 있는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도 안전진단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안전진단전문기관은 4월현재 특별법 제정 이전의 7,8곳에 비해 10배이상 늘어난 90여개. 그러나 이들 안전진단기관 가운데 상당수가 현장경험과 기술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단순 「자격증 소지자」로 법정 숫자만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안전진단 실시 결과 위험하다는 판정이 내려진 곳에 대해서도 적절한 사후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큰 문제.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건축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주요 안전에 위협요소가 있다고 보는 「E급」 판정을 받은 건물이 19군데이며 구조적 결함이 있어 긴급한 보수 및 보강이 이뤄져야 하는 「D급」 판정을 받은 건물도 1백95곳이다.
그러나 시와 관할구청은 민간시설이 많다는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조속한 보수나 보강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형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실정이다.
〈하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