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소환 이모저모]구속 각오한듯 「빈손 도착」

  • 입력 1997년 5월 15일 20시 02분


○…金賢哲(김현철)씨는 15일 오후 1시54분경 검은색 쏘나타Ⅱ 승용차를 타고 대검청사에 도착, 현관 밖과 청사 로비 1층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잠시 포즈를 취한 뒤 11층으로 올라가 기다리던 방호원 2명의 안내를 받아 조사실로 직행. 현철씨는 『대선 잔여금은 얼마나 숨겼느냐』 『지금 심정은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는데 현철씨가 한 유일한 말은 로비에서 옆에 있던 수사관에게 『자 이제 갑시다』라고 한 한마디. 현철씨는 지난 2월21일 고소인 자격으로 대검에 출두할 당시 노란색 봉투에 해명자료를 담아왔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빈손으로 온 것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해명할 것이 없고 순순히 사법처리에 응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검찰은 이날 방호원과 청원경찰, 공익근무요원 등 관리직원 40여명을 동원하고 대검청사 1층 현관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초록색 줄로 접근통제선을 설치해 보도진의 접근을 막는 등 현철씨가 11층 조사실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있을지도 모를 불상사에 철저히 대비. 金相喜(김상희)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사진기자들에게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써달라』고 각별히 부탁하는 등 몹시 신경쓰는 모습. ○…검찰은 그동안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현철씨 소환조사시 참고할 신문사항과 영장신청에 필요한 「범죄일람표」 등을 15일 오전까지도 작성하지 않았는데 이는 유출을 우려한 비상조치라는 것. 한 수사관계자는 『(신문사항이나 범죄일람표가)머리 속에는 모두 그려져 있지만 서면으로 작성할 경우 외부로 유출될 수 있어 마지막까지 늦추고 있다』고 설명. 검찰의 이같은 보안비상은 본보가 지난 8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한보로부터 6백억원 이상 1천억원 미만의 대선자금을 받았다」고 단독보도한 이후부터라고. ○…현철씨의 검찰출두를 앞두고 현철씨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구기하이츠빌라 앞에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1백여명의 취재 및 사진기자와 방송사 취재차량이 몰려 북새통. 그러나 언론의 높은 관심과는 달리 빌라 주변에는 출근 차량들을 제외하고는 주민들의 출입도 별로 없어 오히려 쓸쓸한 분위기. 현철씨 일행 3명이 탄 승용차가 오후 1시10분경 빌라 뒷문으로 빠져나가려 하자 몰려드는 취재진과 이를 막으려는 사복경찰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이날 대검청사에는 국내 취재진과 AP AFP 로이터 UPI통신과 CNN 후지TV 등 외신기자를 포함, 2백여명이 대거 몰려 현직 대통령 아들이 소환된데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반영. 20년동안 검찰에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盧泰愚(노태우)전대통령 소환 때보다 더 많은 취재진이 온 것 같다』며 놀란 표정. 〈김재호·이호갑·신석호·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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