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처음 맞는 5.18이다. 광주에서는 새로 만든 5.18묘역에서 3부요인과 정당대표, 광주항쟁 희생자 유족들과 다수 시민이 참석하는 가운데 첫 공식 기념식을 갖는다. 그러나 광주와 전남북을 제외하고는 어디에서도 기념식이 열린다는 소식이 없다. 국가가 법정기념일로 제정했어도 「광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직도 치유받지 못한 광주의 비극이다.
80년5월18일로부터 17년이 흐르는 동안 광주에 대한 평가는 많이 달라졌다. 폭동에서 민주화운동으로, 또는 헌법수호를 위한 국민 저항권의 정당한 집단적 행사로 의미가 재평가되고 항쟁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또 문민정부의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으로 광주학살 관련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마련돼 지난 4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아쉬운대로 일단락됐다. 5.18을 국가기념일로 공포한 것도 광주의 명예회복을 위한 적극적 조치의 하나로 평가된다.
그러나 5.18이 보다 정당하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5.18이 편협한 지역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군부독재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자기희생적 시민항쟁이었으며, 이 5.18정신이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원류(源流)를 이뤄 이 땅에 문민정부를 수립한 원동력이었음을 전국민이 진심으로 긍정하고 동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지 않는 한 5.18은 지역적 굴레를 벗지 못한다.
5.18이 법과 제도에 의해 국가차원에서 기념되고 대통령이 5.18정신을 국민화합과 민주발전의 동력으로 승화시키자고 강조해도 5.18묘역의 국립묘지 승격과 희생자의 국가유공자 예우문제 등이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은 5.18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왜곡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 「지역정서」를 부추겨온 것이 다름아닌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정치인들과 그들이 조성한 정치환경이었다는 점 또한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 「광주」의 외로움과 왜곡을 푸는 길은 5.18의 이해(理解)에 모든 국민이 적극적으로 다가가 80년 광주의 함성과 비극을 추체험(追體驗)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국민 모두 5.18을 자랑스러운 민주화투쟁의 진원으로 자발적으로 승인하는 것이다. 그 때 5.18의 정신은 비로소 보상받게 될 것이다. 오늘 처음 맞는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이 바로 그 적극적 재평가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