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가까이 끌어온 한보특혜대출 및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사건 수사가 17일 현철씨의 구속으로 일단락됐다.
검찰이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개인비리 혐의로 형사처벌했다는 점에서 일단 성역없는 검찰권 행사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검찰 고위간부는 『수사팀에 대한 권력핵심부의 유무형의 압력을 과감히 뿌리치고 「앞만 보고 간」 수사팀의 의지가 없었다면 현철씨를 사법처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현철씨가 한보특혜대출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데다 한보사건의 「배후 몸통」이 규명되지 않음으로써 재수사팀은 적지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더구나 검찰이 「배후 몸통」으로 지목돼 온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한보사건 배후는 또다시 정치적 사회적 혼란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지난 3월말 한보사건 재수사에 착수할 때만해도 한보특혜대출의 배후규명이 수사의 본류(本流)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현철씨의 개인비리와 대선자금 잔여금 등이 수사초점이 돼왔고 「鄭泰守(정태수)리스트」에 올라 있는 정치인 33명에 대한 수사까지 겹치면서 한보특혜 대출수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검찰은 다음주부터 한보 및 현철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기로 했다.
우선 오는 20일을 전후해 정치인 33명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들중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文正秀(문정수)부산시장과 국정감사와 관련해 돈을 받은 국민회의 金相賢(김상현)의원 등 정치인 8,9명을 형사처벌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재수사과정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전청와대경제수석과 은행장들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검찰은 특히 한보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韓利憲(한이헌) 李錫采(이석채)전 경제수석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집중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한때 전 경제수석과 한보에 무리한 대출을 해준 산업은행 金時衡(김시형)총재 등 은행장을 직권남용과 업무상 배임혐의를 적용, 형사처벌할 것을 검토했다.
그러나 은행장들을 부당대출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할 경우 은행들이 대출을 기피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부담을 주고 법률적으로도 무리한 점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대신 뇌물수수 혐의를 조사해왔다.
검찰은 현철씨의 경우 기소할 때까지 남은 20일을 이용해 미진한 부분에 대한 보강수사를 계속한다.
특히 현철씨가 사용한 대선자금의 총규모와 사용처, 포철 철강판매권 등 이권개입여부 및 비자금 총규모 등을 집중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현철씨가 지난해 4.11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나 평소 관리해온 일부 야당인사에게 자금을 지원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어서 구체적인 지원명세가 밝혀질 경우 파문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철씨가 한보철강 설비도입 과정에서 리베이트로 2천억원을 챙겼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양기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