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賢哲(김현철)씨가 구속된 17일 여야는 판이한 반응을 보였다. 여측은 「불만속에 침묵하는」 분위기였고 야측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향한 공세의 강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 신한국당 ▼
이미 기정사실화된 일이어서인지 신한국당측은 별다른 반응없이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면서도 4개월간 정치권을 강타한 한보태풍이 현철씨 구속을 계기로 말끔히 걷히고 국면이 전환되기를 바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李允盛(이윤성)대변인은 이날 『그동안 정쟁의 와중에서 소외된 민생현안으로 눈을 돌려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력 복원에 주력할 때』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그러나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면서도 현철씨 구속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당직자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한 고위당직자는 『잘못이 있다면 처벌받아야 하지만 검찰수사가 여론재판식으로 진행된 점을 부정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고 또 다른 당직자도 『이번 일이 얼마나 표적수사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며 비슷한 감정을 드러냈다.
▼ 야권 ▼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현철씨의 구속이 「한보터널」의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강조하며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를 촉구하는 등 대여(對與)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국민회의의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보의 몸통은 김대통령이 한보로부터 받은 검은 대선자금』이라고 규정한 뒤 『대선자금의 규명없이 한보 수사는 결코 종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대변인은 이어 『현철씨를 구속하면서 범법행위의 핵심은 피한 채 부스러기 죄목들만 열거하고 있다』고 검찰을 비난했다.
자민련의 安澤秀(안택수)대변인도 논평에서 『검찰은 피의사실을 축소 왜곡하지 말고 철저히 법대로 조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대변인은 또 대선자금에 대한 별도의 논평에서 『현철씨가 구속됐다고 난파정국의 원죄인 대선자금 문제가 적당히 해결될 수는 없다』며 『대선자금에 대한 사법적 정치적 책임은 어디까지나 김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원재·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