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공…복숭아…배달사고」 한보수사 희한한 말잔치 화제

  • 입력 1997년 5월 17일 20시 51분


3개월여동안 계속된 한보재수사 기간중 촌철살인(寸鐵殺人)하는 말들이 쏟아져나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이번에는 국회청문회까지 겹쳐 더욱 기발한 말들이 유행했다. 수사팀내에서 가장 유행한 단어는 「시추공」. 이번 수사의 총사령관격인 沈在淪(심재륜)대검중수부장이 수사진행상황을 시추공에 비유해 설명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사상황에 따라 『시추공을 여러 군데 뚫어놓았지만 김만 모락모락 나고 있다』 『일부 시추공에서는 물이 나오고 있지만 기름이 콸콸 나와야 할 텐데…』라고 심경을 압축해 표현했다.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내부의 갈등이 한창일 때 그는 『위아래에서 시추공의 김을 빼는 사람들이 있어 시추공을 모두 뽑아버리든지 해야겠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치인 수사와 관련해 돈 준 사람은 있는데 받았다는 사람은 없는 희한한 일이 일어나 「배달사고」라는 말이 나왔다. 鄭泰守(정태수)한보총회장은 金潤煥(김윤환)의원에게 건네라며 朴承圭(박승규)한보문화재단 이사장에게 5천만원을 주었지만 김의원은 『전혀 받은 적이 없다』며 펄쩍 뛰었다. 또 정총회장은 『鄭在哲(정재철)의원을 통해 韓昇洙(한승수)의원에게 5천만원을 주었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조사결과 이 돈은 한의원에게 가지 않았다는 것. 국회청문회에서 나온 말중 압권은 정총회장의 「머슴론」. 정총회장은 『로비는 총회장이 직접 했는가』라는 의원질문에 『머슴이 농사지어 광에 넣어두면 쓰는 것은 주인이다. 머슴이 어떻게 아느냐』고 대답해 물의를 빚었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주치의였던 비뇨기의사 朴慶植(박경식)씨도 국회청문회에서 자신과 金賢哲(김현철)씨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저는 하인이고 그분은 제가 모시던 주인의 아들』이라고 머슴론을 폈다. 현철씨를 만나기 위해서는 시간당 5천만원을 내야한다는 「면접료」, 가수 현철씨를 빗대어 현철씨 측근을 가리킨 「봉숭아 5인방」, 아들이 아버지 대신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뜻에서 「역(逆)수렴청정」도 인구에 회자된 단어들. <조원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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