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전역이 수도권 주택난 해결을 위한 「택지개발 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경기도와 각 시군 및 주택공사 토지공사에서 벌이고 있는 택지개발지구는 모두 59개소에 1천1백62만4천평(3천8백42만5천㎡).
계획대로라면 오는 2005년까지 33만7천8백가구가 건설돼 1백22만4천명이 새집에 입주할 전망이다.
지자체별로 보면 △수원 용인시가 각각 10개 △평택 남양주시가 각각 6개 △의정부시 4개 △구리 시흥시와 화성군이 각각 3개 △고양 동두천 의왕시가 각각 2개 △군포 양주 등 8개 시 군이 1개지구씩 택지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분당신도시와 연결되는 용인에는 수지 기흥 구성 3개 지역에 8개지구가 몰려 있다.
여기에다 수지 죽전지구 등에서 13개 민간 주택사업체들이 별도로 아파트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경기 남부가 도시개발 지역으로 급부상한 것은 서울 강남과 가까운데다 고속도로를 이용하기에도 편리한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이 지역은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시장성도 좋아 사업자들에겐 「노른자위」라는 얘기들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택지개발은 주변 도로와의 연계교통망 및 자족기능 시설 부족 등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이들 중점 개발지구 주변에는 남북으로 경부고속도로와 성남∼분당∼오산간 393번 지방도가 개설돼 있고 동서로는 영동고속도로, 신갈∼안산간 고속도로, 수원∼용인∼이천간 42번 국도, 수원∼광주간 43번 국도 등 4개 도로가 있다.
경부고속도로나 영동고속도로 및 신갈∼안산간 고속도로는 이미 평일에도 체증이 심하다. 42,43번 국도의 체증도 보통이 아니다. 따라서 아파트와 주민이 계속 늘어난다면 이들 개발지구는 「교통지옥」이 될 수밖에 없다.
도로 상하수도 쓰레기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 등 기반시설의 부족은 그대로 삶의 질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택지개발 예정지구 지정을 놓고도 건설교통부와 경기도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건교부가 택지개발 예정지구를 지정할 때는 해당 광역자치단체장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경기도는 지난 93년 이후 수지2지구와 기흥상갈 수지신봉 수지동천 동백지구 등 5개지구에 대해 동의해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건교부는 지난 2월 동백지구에 「미니 신도시」를 개발, 11만명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李仁濟(이인제)경기도지사는 최근 『수도권에는 전국 인구의 45%가 몰려 있으나 면적은 전 국토의 12%에 불과하다』며 인구 과밀에 따른 도시문제와 불합리한 도로망 체계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용인시 구성면 동백지구 주민들도 택지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농지보존 측면에서도 동백지구 개발계획은 중단돼야 한다며 「개발반대 투쟁위원회」까지 구성했다.
또 이들 개발지역에서는 개발면적의 3%만 산업체 입지지역으로 규제하고 있어 자칫하면 산업시설이 빈약한 「베드 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민들은 걱정한다.
경기개발연구원 愼原得(신원득)박사는 『파리 근교 신도시에는 기업체들이 많이 입주해 고용효과가 높으며 따라서 유동인구도 적다』며 『산업체 유치는 개발도시의 경제적 독립을 유지케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金敦洙(김돈수·택지개발과)서기관은 『수도권 주민들의 주택난 해결을 위해 개발할 수 있는 땅은 이들 지역밖에 없어 상당 지역은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족기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산업 입지지역을 넓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현재로서는 3%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원〓임구빈기자〉
▼ 국토개발연구원 배순석 연구위원 ▼
『수도권 미니신도시 개발에 대해 찬반 양론이 있으나 양측이 다 찬동할 수 있는 기본사항은 균형잡힌 도시기능이 부여된 자족도시로 개발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토개발연구원 裵舜錫(배순석·도시계획학박사)연구위원은 수도권 택지개발의 전제조건으로 △교통망을 비롯한 기반시설의 적정한 공급 △적절한 인구밀도와 쾌적성 △자연환경 보전 등을 들고 특히 수도권의 공간구조를 충분히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1백만평 미만의 개발지는 주거기능 외에 다양한 기능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공영택지 개발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며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이 주거용 택지를 싸게만 공급하는데 집착하면서 상업 업무용 토지는 일률적으로 비싸게 매각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택지공급 가격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를 개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에 따르면 사업주체는 어떻게 해서든 개발이익을 최대한 남기려 하고 정부는 원인자 부담원칙이라는 이름 아래 간선 기반시설 비용을 택지개발지구에서 모두 뽑으려다 보니 환경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간선 기반시설과 택지개발은 계획수립 단계부터 긴밀하게 연계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배위원은 『공간구조를 제대로 짜보려면 입지결정에서부터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며 사업부담에 대한 책임의 공유도 필요하다』며 『택지개발시스템의 종합적이고 과감한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수원〓박종희기자〉
▼ 용인택지개발 반대투위 이무섭씨 ▼
『평평한 땅, 쉬운 곳만 개발한다는 것은 큰 노력 없이 개발해서 돈만 많이 벌겠다는 발상 아닙니까』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 택지개발 반대투쟁위원회」 李武燮(이무섭·46)부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동백지구 미니 신도시 개발에 불만이 많다.
『동백지구 주민 6백여명은 지난 3월16일 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개발 반대 궐기대회를 열었습니다. 8백40여명이 「개발반대 건의서」에 도장을 찍어 정부 관계부처에 보냈습니다』
그는 주민들의 택지개발 반대 이유를 삶의 터전을 빼앗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편입지 밖인 석성산 밑에는 20여만평의 산지가 있습니다. 또 중리 상하리 쪽에는 70만평의 산지가 있습니다. 이런 산지를 개발하면 될 텐데 왜 대대로 살아온 주택지나 농지를 밀어붙여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미니 신도시 입지지역인 경기 용인시 구성면 동백리와 중리의 앞뒷산은 남겨놓고 논밭이나 대지만을 개발지역에 포함시킨데 대한 불만이다.
주민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택지개발 편입 토지는 모두 3백26.5㏊. 이중 논 밭 대지 등이 76.5%인 반면 임야는 23.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편입지역 5백여가구 대부분의 주민들은 6백∼8백여 평의 농지로 삶을 꾸려가기 때문에 생업보장이 없습니다』
이부위원장은 어정∼용인과 어정∼언남리(구성면사무소 소재지)간 2차로 도로뿐인 동백지구에 교통 상수도문제 등을 고려치 않고 개발하면 베드타운밖에 더 되겠느냐고 걱정했다.
〈동백지구〓임구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