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초 중학생이 80%나 되고 성폭력 피해의 후유증이 장기적으로 계속돼 조기 성교육과 예방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95년 성폭력 피해자 5천2백41명 가운데 15세 미만이 1천45명(19.9%)을 기록했으며 94년에도 그 비율이 20%에 달했다.
어릴 때 성폭행을 당해 「악몽」에 시달려오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성폭력상담소나 신경정신과 심리치료소 등에 찾아오는 피해자들은 대부분 장기적인 후유증을 앓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9세 때 어두운 아파트 부근 공동화장실에서 한 청년에게 강제로 성폭행당하고 최근 신경안정제를 매일 복용해오다 심리치료소를 찾은 A양(19).
사건발생 5년 후에야 정신과치료를 받은 A양은 어릴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한해 세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
심리치료마저 포기한 A양은 자살시도에 이어 「그 청년」과 닮은 사촌오빠의 밥그릇에 쥐약을 풀어 넣다 가족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95년도 상담의뢰자 중 5백20명(50.9%)은 사건발생 후 10년 이상 지난 뒤에야 찾아왔으며 30년이 지나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었다.
성폭력에 따른 후유증은 극단적으로 나타나며 성폭력 피해자가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보일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한양대신경정신과 安東賢(안동현)교수는 『어릴 때 겪은 성폭행의 악몽이 한참 뒤에야 구체적인 증상으로 발전,돌발적인 자살행위를 유발할 소지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경기도내 모 유치원 원장이 밀실에서 유치원생들을 번갈아 가며 강제로 성폭행했던 사건은 조기 성교육과 예방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
성신여대심리학과 金正圭(김정규)교수는 『자신의 아이 만큼은 성폭력 피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믿어오다 피해를 확인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며 『어린이 성폭력 예방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