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의 여파가 은행가(街)의 인사 파동으로 번지고 있다.
한보 부실대출과 관련해 현직 은행장들이 검찰로부터 퇴임압력을 받고 또 사퇴의사를 밝힌 은행장 후임에 외부 인물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내정되자 해당 은행 직원들이 강도높게 반발하는 등 인사 홍역이 심상치 않을 조짐이다.
산업은행은 26일 경제기획원차관 출신인 金英泰(김영태)담배인삼공사사장이 새 총재로 내정되자 「전 직원의 염원이던 내부승진을 통한 전문경영이 물거품이 됐다」며 실망, 반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은행 노조는 『낙하산인사의 폐습이 조금도 고쳐지지 않는데 무슨 금융자율화냐』며 『자율화시대에 역행하는 폐습을 단절시키기 위해 새 총재 출근저지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산은 직원들은 金時衡(김시형)현총재가 임기 7개월여를 앞두고 한보부실대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의사를 밝히자 내심 후임총재는 내부승진으로 결정되기를 기대해왔다.
산은의 부장급 간부들은 이같은 희망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차장급 직원들도 이날 내부승진을 바라는 문건에 연대서명, 재정경제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옛 재무부 경제기획원 출신의 전임 총재들은 산은총재를 장관으로 가는 길목 정도로 여겨 소신있는 경영을 하지 못했다』면서 『산은이 정치권의 대출창구로 악용된 것도 이같은 파행인사가 낳은 부작용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은행 노조도 퇴임압력을 받고 있는 張滿花(장만화)행장의 거취와 관련해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은행감독원의 특별검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검증을 받은 장행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이 은행 노조는 또 장행장에 대한 퇴진압력은 가뜩이나 불안한 금융시장을 위축시켜 국민경제를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張明善(장명선)행장의 외압성 사의표명에 따라 오는 30일 행장추천위원회가 열리는 외환은행 노조도 이날 대자보를 통해 『최근 행장 선임이 지연되면서 외부인사의 기용을 점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낙하산 인사는 절대불가』라고 밝혔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