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 골프규제 조롱…『내년3월 필드서 만납시다』

  • 입력 1997년 5월 27일 20시 02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취임직후 내린 공직자 골프금지령으로 4년여 동안 골프장 근처에 얼씬도 못했던 공무원들 사이에 요즘 농담반 진담반으로 오가는 얘기. 김대통령의 임기와 골프금지령의 시효가 함께 끝날 것으로 단단히 믿고 있는 공무원들은 『3월1일 골프장 부킹(예약)해 놓을테니 다른 약속하지 마라』고 말하며 금지령이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감추지않는다. 골프광이었다는 한 공무원은 『누가 되든 다음 대통령이 골프금지령을 계승하겠느냐. 슬슬 연습장에 나가 몸 좀 풀어볼까』라며 벌써부터 재시동을 걸 채비다. 골프금지령에 대해 쌓인 욕구불만의 표현을 자제하던 분위기도 많이 변했다. 한 간부급 공무원은 『대통령이 개인의 레저생활까지 간섭하느냐던 외국인들의 비웃음도 몇달 뒤면 과거사가 되겠지. 공무원이 기업의 접대를 못받게 하겠다며 골프장 금족령을 내린 대통령의 집안은 어떤 일을 해왔나』라며 흥분까지 했다. 그는 『권력 최측근이 「사과상자」 챙기고 돈세탁이나 하는 풍토가 바뀌었는가』라며 『국민은 이 정권이 눈가리고 아웅한다며 더 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관청가 분위기에 대해 한 고위 공무원은 『공직자 골프금지는 기강확립 차원에서 취해진 문민정부 개혁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였는데 벌써부터 해금얘기가공공연히도는 것을 보니 대통령의 추락한 위상과 정치권 공백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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