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못믿을 환경부

  • 입력 1997년 5월 27일 20시 02분


다음은 지난 26일 저녁 환경부 尹瑞成(윤서성)차관과 기자의 통화내용. ―의정부 대구 부천소각장에서 다이옥신이 다량 검출됐다는 일부신문 보도내용이 사실인가. 『밝힐 수 없다』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문제될 것이 없으면 굳이 감출 이유가 없지 않은가. 『솔직히 말해서 조사결과 자체가 환경부로서는 신뢰할만하지 못하다. 현재 우리나라 다이옥신 측정능력은 불안한 수준이다. 측정할 때마다 수치가 다르게 나온다』 ―환경부가 조사해놓고 믿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우리뿐만이 아니다. 현재 인류의 다이옥신 관리능력은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불과 9시간 전인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때만 해도 조사결과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내던 윤차관이다. 윤차관은 이 자리에서 『국내 최고의 다이옥신 전문가 8명이 5개월동안 5억4천7백만원을 들여 조사한 결과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위험한 소각장은 한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은 주민들의 민도가 낮아 합리적 설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차관은 소각장에서 검출된 다이옥신을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칼」에 비유했다. 머리 위에 매달려있는 칼이 떨어질 확률이 없다고 이야기해봤자 있다는 사실을 알면 불안해할 것이므로 아예 누구 머리위에 칼이 달려있는지 밝히지 않는 편이 낫다는 논리였다. 윤차관은 하루도 넘기지 않고 이 말을 뒤집었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기술로는 소각장이 위험한지 어떤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머리 위에 있는 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면서 걱정말라고 호언을 한 셈이다. 환경부는 소각장을 건설할 때도 『다이옥신을 낮추는 기술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쓰레기 정책을 소각위주로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며 반대하는 주민들을 「님비현상을 부추기는 지역이기주의자」로 몰아세웠었다. 환경부도 못믿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소각행정을 펴면서 어떻게 주민들에게 「묻지 말고 따르라」고 주문할 수 있는가. 이진영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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