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상광/연금기금 低利운용규정 삭제하라

  • 입력 1997년 5월 29일 08시 42분


연금제도는 의료보험 등 다른 사회보장 분야와 마찬가지로 점진적으로 꾸준히 개선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 의해 시도되는 연금제도의 개혁이 그 시기와 범위 및 깊이에서 타당성을 상실해서는 안되겠기에 몇가지 문제점을 제기한다. 우선 연금재정을 튼튼히 한다는 명목으로 보험요율을 9%이상 추가 인상하겠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경제와 연금제도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를 통해 품질이나 가격의 국제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보험요율의 무리한 인상은 실업인구 불법취업 시간외근무를 증가시키며 신규취업을 고질적으로 방해하고 보험재정을 더욱 악화시킨다. 둘째로 연금제도의 이상은 높은 소득대체성이다. 70∼80%의 높은 소득대체성을 가진 독일 오스트리아의 연금제도는 이미 1백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높은 급여수준은 바람직하나 보험재정이 그것을 허락해야 한다. 보험요율을 무리하게 인상할 것이 아니라 양자의 균형 속에 그 수준을 점차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연금재정의 악화요인이 많을 때 과욕은 금물이다. 셋째로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령연금의 수급개시연령을 65세로 늦추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며 여자를 60세로 하더라도 남녀평등의 원칙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또 재정 합리화 조치가 기존 가입자에게 부당하며 공평성에 반한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독일 오스트리아의 판례는 그 조치의 합헌성을 인정하고 있다. 넷째로 연금보험 재정을 튼튼하게 하고자 한다면 다른 어떤 조치에 앞서 공공자금관리기금법 제5조 1항 1호의 규정 또는 동법 제7조 2호의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 연금기금은 여유자금이 아니며 기금예탁금에 대한 이자율이 시중금리보다 낮아서도 안된다. 지금까지 적립된 국민연금 약 22조원의 66%인 15조원이 시중금리보다 약 1.5% 낮은 금리로 수익될 때 노령연금개시연도인 2008년까지 손실누계만 2조2천5백억원이 넘는다. 이와 같은 연금기금운용 방법은 「그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국민연금법 제83조 1항) 관리 운용하라는 법의 취지에도 반한다. 연금재정의 부실관리 운용은 철저히 방지돼야 한다. 그것이 방치된 상황에서의 보험재정 공고화 조치는 가입자에 대한 부당한 희생의 요구다. 개혁의 점진성은 최소의 희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상광<숙명여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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