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자녀교육 하나를 바라보고 미국에 이민온 부모의 꿈은 명문 코넬대의 졸업식을 하루 앞둔 아들의 자살로 산산조각이 났다.
지난달 말 졸업식 전날 변시체로 발견(본보 6월4일자)됐던 한국인 학생 이우현씨(22)는 경찰조사 결과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 이상 나를 억누르고 있는 압박감을 참을 수가 없다」로 시작되는 그의 유서는 명문대학에서의 경쟁, 사회적 성공에 수반되는 고통이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씨의 부모는 지난 81년 당시 일곱살과 다섯살짜리 두 아들을 미국에서 공부를 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이민길에 올랐다. 초기 이민시절의 힘든 생활은 큰아들 우현씨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줄곧 최우수학생 자리를 지켜주는 덕분에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아들이 남들이 선망하는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대학군)의 하나인 코넬대에 입학할 때 이씨의 부모는 미국에 온 보람을 느꼈다.
의대본과에 진학하기 위해 그가 제출한 에세이에는 「어린 시절부터 나 하나만의 성공을 위해 고생하면서 뒷바라지를 해 준 부모의 기대에 보답하고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의학을 지망한다」고 쓰여 있다.
4.0만점에 3.1을 기록한 그의 우수한 대학성적도 코넬대 의대를 들어가기에는 다소 힘겨운 수준이었고 그는 여기서부터 자신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이 대학 한인학생 지도교수 신상재씨는 말한다.
신교수는 『수백명에 달하는 한국인 학생들이 힘들기로 유명한 코넬대를 졸업했지만 이씨와 같은 사건은 없었다』며 『학과교수들의 말을 들어 볼 때 그는 일종의 우울증에 걸려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전화인터뷰에서 『가슴아픈 얘기를 잊게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통곡했다.
〈뉴욕〓이규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