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유류의 특별소비세를 대폭 인상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발표가 나왔다. 결국 휘발유가 ℓ당 8백27원에서 1천2백35원으로, 경유가 3백66원에서 5백58원으로 인상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 이후부터 올 1월까지 세차례에 걸친 유가인상 조치로 승용차 소유자들의 유류비 부담이 이미 34%나 증가했다. 이번 특소세 인상계획이 실시된다면 1년 사이에 98%나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물론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의 현실과 복잡한 교통상황 및 국제수지 개선 차원에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원가상승 요인도 없이 특소세율만 올려 유가를 인상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자동차 소유자들의 조세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문제를 낳는다.
95년 현재만 해도 우리 나라의 조세총액 중 자동차 관련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15.1%로 일본의 9%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 이대로 간다면 2000년에는 25%선까지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자동차 관련 제세공과금은 특소세 부가세 자동차세 등 무려 14가지나 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종류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부과수준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유류가격만 인상한다면 세수확보를 위한 징세편의주의적인 발상일 뿐이다.
따라서 단순히 특소세만을 계속 인상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구입 및 보유단계의 세금인하 등 자동차 관련 조세체계의 종합적인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그중에서도 개선이 시급한 예로 「1가구 2차량 중과세」를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구매자의 주소지 변경이나 광범위한 예외차량 인정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도 과다한 행정수요만 낳고 있다. 나아가 중과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첫 차량을 대형차로 구입하는 수요의 왜곡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또 부모를 모시고 형제와 어울려 사는 대가족제도를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1가구 2차량 중과세 제도처럼 구입 및 보유단계의 세금을 중과하는 정책은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대신 이용자 부담원칙에 따라 운행단계의 세금을 인상하는 선진형 세제로 개편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정부 여당도 유류세 인상과 함께 차제에 「보유 중심」의 자동차 관련 세제를 「이용 중심」으로 전면 개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처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타당성 있는 자동차 세제개혁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현역석(한남대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