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철이가 바라던 것이 10개라면 한두개도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6월항쟁이 있었기에 이 정도라도 됐지만…』
고문에 희생돼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된 朴鍾哲(박종철)군의 아버지 朴正基(박정기·68)씨.
지난 10일 오후 서울대 도서관 옆에서 열린 아들의 추모비 제막식에 참석한 박씨는 『문민정부는 사실상 6월항쟁의 결과이니 만큼 개혁정치를 계속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종철이가 죽은 날 오후에 웬 손님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서울로 가자고 했어요. 마음 크게 먹으라는 말에 종철이한테 무슨일이 생겼구나 싶었지요. 이튿날 남영동에 도착하니 경찰간부들이 「조사과정에서 종철이가 숨졌다」고 하더군요』
아들의 비극을 처음 알게 된 과정을 담담하게 설명하던 박씨는 『재수끝에 서울대에 들어가자마자 몇과목에서 F학점을 받았다가 결국 장학금을 타온 일, 좋은 옷 사주면 남에게 줘 제 어미가 마음 아파하던 일이 기억에 선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박씨는 요즘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평범한 공무원(당시 부산시 수도국 근무)이 뒤늦게 재야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과정 등을 담은 회고록을 준비중이다.
『종철이의 짧지만 순수하고 정의로운 삶을 요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그들의 순수와 정의감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아들의 흉상 앞에서 박씨는 담담하게 젊은이들에 대한 애정어린 기대를 나타냈다.
〈이철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