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판사 방희선씨,수기「法의 그늘」 출간

  • 입력 1997년 6월 12일 20시 14분


지난 3월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한 뒤 개업한 方熙宣(방희선·42)변호사가 전관예우관행 등 자신이 경험한 사법부의 이면을 고발한 수기형식의 책 「가지 않으면 길은 없다」(지성사 간)를 12일 출간, 파문이 예상된다. 그의 눈에 비친 사법부는 법과 정의와 양심이 지배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판사들도 촌지와 향응, 청탁과 학연 등 사회에 만연된 비리들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평범한 인간들의 집단」이었다. 『판사가 3명인 합의 재판부에서는 한 판사가 총무를 맡게 되고 그를 통해서 촌지가 전달된다』 『대법관이나 법원장 출신들도 개업하자마자 악성 청부폭력사건이나 반사회적인 사건을 들고와 법률적인 변론은 제쳐두고 그저 잘 봐달라는 식의 청탁을 한다』 판사와 지역유지들과의 유착관계도 그려지고 있다. 『나에게 지역 유력인사의 형사사건이 배당됐는데 피고인이 10여차례나 재판에 불출석하고 전임자들도 계속 재판을 연기해 2년간 진행이 안됐다. 그런데 그 유력인사의 아들이 그동안 판사와 검사들과 밤새도록 카드놀이를 하고 놀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방변호사는 『사법부도 인간들의 사회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사법부가 먼저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자기 고백을 해야 비리와 집단이기주의로 얼룩진 사회를 선도할 수 있다』고 적었다. 방변호사는 목포지원에 재직중이던 지난 92년 피의자를 불법구금한 경찰관 5명을 고발하고 법관인사문제로 대법원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내는 등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신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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