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의 질이 1년 전보다 떨어졌다는 통계는 씁쓸하다. 유엔개발계획의 97년 보고서는 인간개발지수로 측정한 우리나라의 삶의 질이 세계 1백75개국 가운데 32위라고 평가했다. 지난해보다 3등급이나 후퇴한 순위다. 오랜 불경기와 정국불안, 실업증가로 우울한 때여서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기기가 어렵다.
유엔의 인간개발지수는 국내총생산 교육 빈곤 실업 그리고 환경과 국민건강 등 생활과 관련된 10개 항목의 수준을 나라별로 비교한 통계다. 이 지수의 종합순위가 올라가기는커녕 내려갔다는 보고인 것이다. 조사방법은 다르지만 한 국내 기업연구소가 최근에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로도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이 문민정부 출범 때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황이 길어진 탓만으로 돌리기에는 어딘가 시사하는 바가 개운치 않다.
삶의 질 향상은 국가의 과제이자 모든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런데 그 질적 수준이 후퇴했다면 정부 책임이 크다. 물론 한 나라의 삶의 질은 수량적으로 완벽하게 측정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가령 환경지수의 경우 천혜의 자연이 넓은 나라와 우리처럼 비좁은 국토에서 공업을 일으켜야 하는 경우를 단순비교한다면 무리가 따른다. 더구나 행복감은 국민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홍콩의 한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일본 국민은 아시아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응답한 반면 경제난을 겪고 있는 필리핀은 행복도 1위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유엔 인간개발지수 동향에 주목하는 것은 같은 방식으로 측정한 생활관련지수 수준이 후퇴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주택보급률 생활안정도 복지제도 노인대책 등에 걸쳐 정부가 해야 할 일이 태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