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이 이례적으로 공안검사에게서 학생운동에 관한 「공안강의」를 받았다.
서울지법 형사부 판사 20여명은 14일 오전 서울지법 회의실에서 서울지검 申健洙(신건수)공안2부장의 한총련 관련 특강을 들었다. 이날 특강은 법원측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신부장은 간단한 자료를 준비해 50분간 강의했다.신부장은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와 대검 공안과장을 거친 공안전문가로 현재 한총련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이날 강의의 주제는 「학생운동의 변질과 실체」. 신부장은 『학생운동은 80년 서울의 봄과 광주사태 등을 거치면서 서서히 변질되기 시작해 84년 계급투쟁론이 등장하면서 순수성을 잃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자생적 좌파인 민중민주(PD)계열과 북한이라는 거대한 배후의 논리적 지원을 받는 민족해방(NL)계열의 대결에서 NL계열이 승리해 주도권을 장악하면서부터 이념적 순수성과 도덕성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을 받은 한 판사는 『법원이 곧 한총련사건 재판을 맡게 돼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자는 의미에서 특강이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판사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강의를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는 『어차피 재판은 법정에서 드러나는 증거와 증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번 수강으로 예단(豫斷)을 갖게 된다는 식의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부장은 강의를 마친 뒤 『판사들의 현실인식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기꺼이 강의요청을 받아들였으며 판사들도 강의 내용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수형·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