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方변호사 수기]사법부비리 정면고발…법조계 『발칵』

  • 입력 1997년 6월 14일 19시 59분


사법부의 촌지와 전관예우 등 비리관행을 고발한 方熙宣(방희선)변호사의 저서 「가지 않으면 길은 없다」를 놓고 법조계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판사들은 『방변호사는 무리한 일반화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는 반면 많은 변호사들은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같다』는 반응. 서울고법의 A부장판사는 『그는 과거에 자신이 겪었던 주관적이고 부정확한 경험으로 현재의 사법부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며 『과중한 업무에도 묵묵히 일해온 판사들이 사기를 잃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법의 한 합의부에서 부비(部費)를 관리하는 (일명 「총무」) B판사는 『현장실사(實査)비용중 남은 돈 등으로 재판부와 직원들의 식사비를 충당하는 것도 빠듯하다』며『내가 촌지창구라니 억울하다』고 흥분했다. 그는 또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들과 종종 술자리를 갖기는 하지만 재판중인 사건의 변호인이나 재판당사자와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시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변호사들은 대체로 『모든 판사들이 돈을 받는 것은 아니고 촌지가 반드시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면서도 촌지관행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말한다. C변호사는 『판사들이 봉투를 거절하는 바람에 여러번 창피를 당해 봤다』며 『그러나 경험상 절반 정도의 판사는 돈을 받고 한번 인사하러 가면 부장판사에게 50만원, 배석판사에게는 30만원 정도를 준다』고 털어놓았다. D변호사는 『어떤 재판부의 경우 늘 40∼50개의 봉투가 쌓여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출판사인 지성사에는 전국에서 책을 구하려는 서점들과 일반인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지성사측은 『책이 인쇄된 지난 13일부터 이틀동안 초판으로 찍은 1천부가 모두 팔려나가고 현재 예약분만 1만부를 넘는다』며 『3만부를 새로 찍기로 했으나 주말에 동이날 판』이라며 즐거운 비명. 방변호사는 『어느 조직이나 어두운 면이 있게 마련이며 나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법부의 어두운 면을 지적한 것 뿐이다. 사법부를 흠집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종대·공종식·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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