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구조개선 사업의 비효율성 문제에 대한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부터 농업투자의 계속성 문제에 대한 초점을 흐리게 한다. 92년부터 시작된 농업구조개선 사업과 관련, 본격적인 투자과정에서 문제점이 지적됐고 작년부터는 이에 대한 평가작업과 함께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국의 겸허한 반성과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의 경우 서구나 미국 등 농업선진국과 달리 최근에야 농특세를 신설하는 등 특별대책을 추진해 농업구조 개선의 틀을 잡아가고 있다. 이제 시작인 셈이다. 무한경쟁체제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농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구조개선사업과 첨단과학기술 개발 그리고 경영합리화 정보화 등에 과감한 투자가 더욱 요구된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은 경지정리 비용이 ㏊당 3천3백만원을 넘어 경제성이 없으므로 사업을 축소하는 편이 좋겠다고 보고하는 등 농업과 경제발전 과정에서의 인과요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 곡창지대인 서부의 캘리포니아 등은 사막으로 뒤덮인 대지에 물을 끌어들여 옥토로 만들었다. 또 네덜란드는 바다를 막아 만든 간척지가 대부분이고 옛날의 덴마크는 전형적인 황무지였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해발 3천m 이상의 산촌 오지까지도 목장과 포도원으로 개발해 「알프스의 꿈」을 일궈냈다.
흔히 거론되는 경제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들은 애당초 농업을 포기했어야 할 나라들이다. 그런데도 농축산물 수출국이 됐다. 반면 우리는 농업을 경시해왔기에 농림수산물 무역적자액이 전체 무역적자의 50%를 차지한다. 이처럼 다른 나라들은 오래 전부터 생산기반을 조성해 왔는데 우리는 구조개선 사업을 시작한지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무용론 내지 경시론이 대두되는 실정이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올 것이다. 북한의 식량난과 체제불안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농업 농촌 농업인에 대한 인식은 확고해야 한다. 구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한 요인 중 하나가 농업의 구조적 개선에 실패한데 있었다는 점도 유의할 일이다.
구조개선자금 42조원 중 순투자는 30조원이고 농특세 자금 15조원 중 순수한 농업경쟁력 제고 예산은 59%밖에 안된다. 그런데도 99년부터 농림예산을 현재보다 줄여야겠다는 일부 주장은 우리 경제를 구조적으로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장원석(단국대교수·농업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