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하순 이래 인천과 안산 일대에서 잇따라 악취가 발생, 주민들이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첫 악취발생후 보름이 지났는데도 악취의 발원지는 물론 원인물질조차 시원스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와 인천시 등 16개 기관의 합동조사반이 연인원 7백여명을 투입, 시화호∼인천항간 서해안 개펄과 인천지역 8개 공단지역에서 대대적인 시료채취 작업을 벌였지만 「도깨비를 잡는 격」으로 허둥대는 모습만 보여줬다.
당국은 아황산가스 오존 일산화탄소 등 5∼8개의 대기물질을 직접적인 유해물질로 분류, 자동측정망을 통해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악취유발 물질은 단속기준치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오감에 의한 관능검사에 의존한 채 과학적인 관리와 단속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지역에서 악취성분을 지닌 벤젠 톨루엔 메르캅탄류 등의 물질에 대한 시료채취와 수치분석작업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실토했다.
인천지역 21개 지점의 시료측정 결과 남동공단과 동양화학 주변 용현동 일대에서 악취성분인 톨루엔 벤젠 등의 물질이 울산과 여천공단지역보다 더욱 심한 수치를 보였다.
지난 2일과 3일 이들 두 지역에서 △톨루엔 30.8∼1백13.7ppb △벤젠 2백8.4ppb △메르캅탄류 9ppb로 측정돼 도심지의 평상수치보다 30∼40배 높았다.
악취가 진동했던 지난달 29일 공기를 채취하지 못해 초동조사에 실패한 이후 악취정도가 수그러진 시점에서 시료를 채취, 분석한 결과임을 감안할 때 인천지역 공단주변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게 환경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들 물질이 다른 악취성분과 결합될 경우 악취농도가 심해질 수 있고 물질 자체가 냄새없이 대기에 떠다니더라도 발암물질로 작용할 수 있는 유해물질로 분류된다.
시는 악취소동이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특정지역별로 유해물질의 배출현황에 대한 일제조사를 실시하고 광투과이동측정기 공기흡착기 등의 단속장비를 대폭 보강키로 했다.
악취공해를 줄이기 위해 장비보강도 중요하지만 악취성분을 감지할 수 있는 자동측정기를 각 공단지역별로 설치하고 공장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소형소각로에 대한 규제방안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합동조사에 참가했던 한 전문가는 『10여곳의 공장을 다녀왔는데 대부분 소형소각로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이 소각로를 이용해 심야에 몰래 산업폐기물을 태우는 행위에 대비한 실질적인 단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박희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