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옥련동 현대아파트에 사는 주부 嚴仁順(엄인순·32)씨는 요즈음 무더위 속에서도 창문을 열어놓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달 29일 인천 시내 전역에 퍼진 악취로 한밤중에 네살배기 딸이 심하게 기침한 뒤로 악취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엄씨는 『암모니아 냄새와 비슷한 악취가 최근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그 이전부터 발생하고 있는 폐비닐 태우는 듯한 냄새로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천 안산 시흥 등 수도권 서부지역에서 공단을 끼고 있는 주민들은 또다시 「언제 어디서」 악취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창문을 활짝 열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은 최근 낮시간 대에도 뿌연 안개가 끼는 스모그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남 여천공단 주변처럼 매캐한 냄새 속에서 생활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들어 지난달 26일 인천 부평구 일부지역에서 처음으로 악취소동이 발생했다. 이때만 해도 많은 시민들은 수도권 쓰레기매립장에서 나오는 냄새이거나 일부 「악덕공장」에서 몰래 배출한 공해로만 여겼다.
그러나 이 악취는 지난달 29일 인천시 전역을 휩쓸었고 주민들은 두통과 호흡기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지난 6일 오전까지 인천시내 곳곳에서 악취가 발생, 주민들을 괴롭혔다.
지난달 29일 밤10시부터 11시반 사이 경기 안산 반월공단과 시흥시 정왕동에서도 심한 악취가 발생, 주민 2만여명이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 가운데 환경당국은 오염원을 찾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공단 시화호 개펄 등 오염원이 될 만한 곳이면 무차별로 찾아가 샘플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할 수 있는 첨단 장비가 없어 초기 샘플을 확보하는데는 실패했다.
또 인천시가 국립보건환경연구원 소방본부 가스안전공사 군부대 등 9개기관과 공동으로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도 악취는 끊이지 않았다.
환경부는 지난 3일 인천시민을 괴롭혀온 악취의 주요원인에 대해 『인천시내 8개공단과 하수처리장 등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대기중에 정체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즉각 『환경부가 서둘러 악취 원인을 발표한 것은 악취원인 중의 하나로 시화호 방류나 시화단지를 지목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작업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인천시도 닷새 뒤인 지난 8일 환경부와 「똑같은」 내용의 오염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시화호는 오염원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들은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 일대의 대기오염 배출기준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기오염 경보시스템 설치 및 감시기구 설립 △공단지역내의 대기오염 측정망 구성 △오염 배출시설 건립의 중단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인천〓박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