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을 올곧게 지키자는 무형문화재(속칭 인간문화재). 오랫동안 조상의 얼이 짙게 밴 생활문화의 한 부분을 전승하자는 훌륭한 제도다.
97년 현재 무형문화재 중 공예분야의 지정현황을 보면 중앙과 지방을 합해 1백24개 종목에 1백41명이며 그밖의 보유자후보 등을 더해도 1백93명에 불과하다.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처지에 비추어본다면 초라하기만 하다.
이들은 모두 국가로부터 매달 보호비를 지급받고 있는 장인들이다. 대신 문화재보호법의 규정에 의해 연1회 이상 작품을 전시하는데 자치단체의 예산사정 등으로 그럴듯한 전시회는 여간해서 보기 어려운 처지다. 이와 관련해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작품제작이 어려운 처지의 연로한 보유자에 대해서는 출품을 중지시키고 명예직으로 대우하는 방안이 좋을 것이다. 이런 예는 현재 예술원과 학술원 회원의 예우를 참고할 수 있다.
둘째, 공예분야의 발표는 앞으로 전시가 아닌 실연을 통해 평가받도록 개선했으면 한다. 무형문화재란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내면세계에 잠재돼 있는 기예능의 우수성에 따라 지정했기 때문이다. 보유자의 실연공개 행사는 음악 탈춤 무용분야 등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셋째, 무형문화재란 무형의 문화적 예술적 소산으로 사람의 지능과 장인정신의 결과를 유형의 형체로 창출하는 것이다. 고려청자 조선백자의 아름다움은 숙련된 사람의 노련한 솜씨의 결정체로 흔히들 신기(神技)라고 표현한다.
사람이 만들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섬세함 정교함 뛰어남 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최고의 경지에 이른 솜씨를 찾아 인간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
이런 솜씨는 어려서부터 한 분야에서 오랜 경륜과 경험을 축적해야 가능하며 적어도 50세는 넘어서야 사회적 명망이나 기능면에서 아쉬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40대 초반에도 보유자로 신규 지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잠시 익힌 기능이라면 명장(名匠)으로 추앙받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또 이론이 위주인 대학교수와 정치인이 보유자가 되는 것도 문제다. 보유자는 전문적인 외곬이어야 되므로 교수나 정치인은 겸직 동안만이라도 보유자로서의 대우를 포기해야 마땅하다.
무형문화재 관련제도의 합리적 보완 개선과 함께 문화재관리청 승격 및 「문화비전 2천년」의 취지에 걸맞도록 전통공예의 멋을 세계화해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기대한다.
고상렬(한국전통문화 사업단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