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송 김기섭씨「리스트」공개할까…배신감충격 심신쇠약

  • 입력 1997년 7월 19일 20시 14분


한보사건으로 구속된 거물급들이 갖가지 병명과 구실로 병원으로 「거처」를 옮기고 있는 가운데 金己燮(김기섭) 전안기부 운영차장도 병원으로 실려갔다. 김 전차장의 병원이송은 일차적으로 지병인 안면근육경련증(안면중풍)의 악화에 따른 것. 그는 수감되기 전부터 이 병을 앓아왔으며 구치소에서 이것이 더욱 악화해 정상적인 수감생활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 전차장의 측근들은 그러나 이같은 육체의 질병 못지 않게 마음의 질병이 심각하다고 전한다. 그를 면회한 한 측근은 그가 심한 우울증과 정신병 증세로 더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의 우울증의 원인. 주치의인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이봉암과장은 이에 대해 그가 『세상에 대해 심한 허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기부 관계자도 『김 전차장은 자신이 한창 권력의 핵심에 있을때 자신과 金賢哲(김현철)씨에게 빌붙어 단물을 빨던 사람들이 이제 자신들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는 세태에 심한 배신감과 허탈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한 측근은 『김 전차장은 자신에게 인사청탁을 했던 인사들의 명단과 그들의 행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허탈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그들중에는 정계와 관계, 심지어 법조계의 고위인사들도 있다』며 『국민이 알면 깜짝 놀랄 인물들도 있다』고 했다. 이 측근은 『김 전차장이 명단을 공개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만일 공개한다면 「黃長燁(황장엽) 리스트」 못지 않게 큰 파문을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 주목을 끌고 있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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