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자녀사이 때아닌 「만화논쟁」…이현세씨 소환說계기

  • 입력 1997년 7월 20일 20시 44분


PC통신방을 무대로 학부모와 자녀들간에 만화 유해논쟁이 불붙어 무더운 여름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청소년보호법 시행 이후 검찰과 경찰의 음란 폭력만화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기 시작한 이 논쟁은 검찰이 인기만화가 李賢世(이현세)씨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 20일 보도되면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만화 유해논쟁의 시발은 PC통신을 이용하는 주부들이 PC통신 게시판에 청소년 시청시간대에 방영되는 TV만화의 방영 중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면서부터. 10대 컴퓨터 가입자들은 이에 맞서 즉각 반박하는 글을 PC통신에 띄우고 있고 특히 만화가 이씨의 작품 「천국의 신화」의 음란 폭력성에 대해 수사가 이뤄질 방침이자 PC통신에 이에 반발하는 글이 수백건 쏟아지고 있다. 하이텔 가입자 조향숙씨(jo6480)는 『아이들이 즐겨보는 만화에 자신을 쫓아다니는 여자친구를 떼어놓기 위해 이 아이의 나체사진을 학교에 뿌리고 다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도 있다』며 『부모들은 선정성 폭력성 왜곡된 가치관을 조장하는 이런 만화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수경씨(soo kyong)는 최근 모 방송국이 어린이 시청시간대에 방영하는 한 만화에 대해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아이가 거침없이 키스를 하는 이런 장면들이 분별력없는 어린이들에게 방송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혜정씨(88581)는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가능하면 맑고 깨끗한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욕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소년과 만화동호인들은 만화 규제움직임을 「현대판 분서갱유(焚書坑儒)」에 빗대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분서갱유는 중국의 진시황이 정치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려고 책을 불지르고 학자들을 산 채로 구덩이에 묻어 죽인 일에서 나온 고어(古語). 김진호씨(SKAIN)는 『만화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주인공이 나온다고해서 문제삼는다면 수영장을 전부 없애버리자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들의 주장은 여자주인공이 비키니를 입고 나오는 TV드라마나 영화도 청소년들이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유독 만화만 공격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 허수진씨(LLUS138)는 『아이들을 부모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면서 『같은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만화를 왜 좋아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검찰의 이현세씨 소환과 관련, 강형주씨(luupin)는 『인기만화가 이씨를 소환하는 것은 만화문화를 뿌리뽑자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신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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