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분양률 30%… 텅텅 빈 신도시 상가

  • 입력 1997년 7월 21일 07시 55분


▼ 일산 ▼ 수도권 신도시의 상가가 점포공급과잉으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주엽동 A프라자는 경기부진으로 지난 5월말 부도가 나는 바람에 주택은행에 건물이 압류돼 경매신청중에 있다. 대형상가를 짓기 위해 일산신도시의 20필지, 화정택지개발지구 35필지를 샀던 B백화점측은 지난달 신도시내 13필지와 화정지구 23필지를 한국토지공사에 되팔았다. 까르푸 E마트 킴스클럽 마크로 등 하루 2억원 정도의 매상을 올리던 대형할인점중에는 최근 매출액이 절반수준까지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일산신도시와 화정 성사 행신지구 등 택지개발지구 상가의 분양률은 최근 30%까지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권리금은 아예 없고 임대료까지 낮춰 내놓은 물건이 쌓이고 있는 등 거래가 극히 부진하다. 특히 행신지구는 배후지 인구를 고려하지 않고 상가부지를 선정한 고양시공영개발사업소의 판단착오까지 겹쳐 상업용지 56필지중 고작 5필지만 팔린 상태다. 건물내 빈 상가의 비율을 보여주는 공실률(空室率)도 일산신도시의 경우 평균 60% 이상이며 화정 능곡 등의 택지개발지구도 역세권지역을 제외하고는 80∼90%에 이르고 있다. 화정역세권의 H프라자 W프라자 V타워 등은 완공된지 몇달이 지났는데도 분양은 10∼20% 정도에 그쳐 분양가를 20∼30%씩 낮추어 주인을 찾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일산신도시가 「쇼핑의 천국」이라 불릴만큼 국내외 대형유통시설이 너무 많이 들어온데다 일산신도시와 택지지구의 구매력에 비해 상업용지면적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일산의 1인당 상업용지면적은 4.5㎡로 잡혀 있어 1.1∼3.3㎡인 서울의 상계 목동, 다른 신도시인 산본 중동 등에 비해 훨씬 넓다. 더욱이 토공과 고양시가 신도시개발 당시 유치하고자 했던 출판단지와 국제컨벤션센터 등의 대형 자족기능시설과 생산시설이 들어서지 않아 상가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로 일산신도시 업무용지 1백62필지중 1백16필지가 아직 분양되지 않은 상태다. 李仁雨(이인우·37)고양시부동산중개인협회 부지회장은 『지금 상태라면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과포화상태에 빠진 신도시상권이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라며 『일산과 주변택지지구에 들어선 10여개의 대형 유통시설마저 서너개를 빼고는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고양〓선대인기자〉 ▼ 분당 ▼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는 인구 40만명에 육박하는 수도권 최대의 신도시로 점차 자족기능을 갖추어가고 있다.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 공기업과 쌍용자동차서울사무소 등 10여개 기업들이 입주, 또는 입주할 예정이어서 분당신도시의 면모는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분당의 상가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특히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이 집중돼 「쇼핑 천국」으로 통하는 이곳에서 중소상가들은 「침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신축상가는 분양이 부진하고 기존상가는 입주상인을 찾지 못해 안달이다. 분양가의 30∼50%가 보통인 임대료가 10∼15% 선으로 떨어졌고 일부 상가들은 관리비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입주업체를 모집한다. 지난 94년 분양 당시 100%에 가까운 입주율을 보였던 지하철분당선 야탑역부근 S상가의 경우 1층의 입주율은 90% 선이나 2층과 지하1층은 절반이 비어있다. 2, 3년전까지만 해도 분양가의 30%였던 임대료를 최근 10%대로 낮춰봤지만 입주자를 찾기가 힘들다. 경기침체로 임대료와 관리비를 부담하면서 점포를 끌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버티던 유명브랜드 상점들도 대형유통업체들의 집중 공세에 굴복, 슬그머니 빠져나간 뒤 신규 입주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분당신도시의 상업 업무용지는 전체 면적 1천9백63만9천여㎡의 8.3%인 1백63만9천여㎡. 이가운데 정확히 3분의 2인 1백9만1천7백여㎡는 이미 분양됐다. 그러나 분양된 토지중에는 현재 건설중이거나 계획만 세워둔채 방치한 곳도 많아 실제 상업 업무시설은 통계수치에 못미친다. 이에 비해 거주인구는 당초 계획선인 39만명에 이미 근접했다. 결국 상업 업무시설 입주속도가 그만큼 더디다는 얘기다. 물론 분당신도시는 개발이 끝난 게 아니라 아직 개발이 진행중이며 정부관련기관과 민간기업들이 속속 입주할 예정이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상권이 살아나리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없지 않다. 분당신도시 개발주체인 한국토지공사 분당사업단 李且官(이차관·40)과장은 『상권침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대형 유통업체들의 집중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업무시설이 들어서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역세권을 중심으로 상권이 성숙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미금 오리역 초림역 부근이 야탑 서현역 상권 정도로 발전하면 전체 상권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당 상가의 그림자는 단기에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성남〓성동기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