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윤덕근/「지참금 결혼」 행복할 수 없다

  • 입력 1997년 7월 21일 07시 55분


텔레비전을 통해 한보청문회를 직접 보면서 우리는 청렴한 생활이 얼마나 어렵고 또 훌륭한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청렴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많이 있다. 그런데도 햇빛만 쫓는 식물의 생리처럼 기회 닿는대로 돈에만 집착하는 부류가 있다. 심지어 자식의 결혼문제를 두고도 돈과 결부시키려는 이들이 있다. 나이 사십이 가깝도록 결혼을 못한 아들인데도 무슨 박사니까, 아니면 무슨 전문직이니까 해가며 집이라도 한채 들고 시집올 색시가 어디 없느냐는 타령을 한다. 그렇다고 아파트가 없다든지, 생활이 어렵다든지 등 구차한 사정도 아닌데 말이다. 그저 쉽게 집 한채 벌자는 얘기다. 아니면 며느리가 집 한채 지참하고 왔다는 자랑을 입에 달고 싶어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우리 사회를 부패하게 만드는 병균같은 것이라 하겠다. 한때라도 이런 생각을 가졌다면 이제라도 냉정한 반성과 자책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결혼문화가 아름답게 유지될 수 있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도덕과 윤리를 바로세울 수 있다. 결혼은 한쌍의 남녀가 일생 동안 고락을 함께 할 부부가 된다는 의미만 가진 것은 아니다. 결혼으로 서로 다른 두 집안이 귀한 인연을 맺게 된다. 살아가면서 사위가 귀엽고 좋다면 집이 아니라 더한 것도 줄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결혼을 전제로 여자집에 무엇을 요구하는 행위는 상식에도 벗어나는 일이다. 결코 조건들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누구에게나 돈은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같은 돈이라도 언제나 의로운 것이어야 한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는 옛말이 있다. 따져보자. 솔직히 며느리에게 무언가 대가를 요구하는 행위는 바로 사돈집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뼈대있는 가문은 며느리를 얻든 사위를 구하든 집안의 가계를 살피고 사람됨됨이를 위주로 삼았다. 돈이야 당연히 일을 하고 벌어서 모으는 것이 아닌가. 『아무것도 필요없고 당사자만 똑똑하면 된다』는 사람이 있었다. 어쩌면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시원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보통사람의 의식으로 역사 속의 옛정승들 같은 훌륭한 청렴성을 따르기야 어려울 게다. 하지만 아무리 보통사람이라 할지라도 마음 하나만은 언제나 양심대로 순수하고 깨끗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마음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바탕이 된다. 윤덕근<광화문결혼정보센터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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