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들어 밤잠을 이룰 수 없는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자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한 갖가지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예년에 비해 짧았던 장마 끝에 일찍 시작된 올여름 복더위는 도시민들의 생활리듬을 야행성으로 바꿔놓고 있다.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전문직 또는 자유업 종사자들은 밤시간에 활동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S회계법인 회계사 김모씨(33)는 『거래업체와의 약속을 가능한 한 오후 5시 이후로 잡아놓고 중요한 서류는 밤늦게 사무실에서 검토한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운전기사인 최영달씨(45·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이달 초부터 낮에는 아예 집에서 잠을 자고 오후 5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올빼미생활을 하고 있다. 최씨는 『밤늦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벌이도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밤보다는 낮이 좋고 여름이 싫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여름 한철에 한몫 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여름상품업체 직원들.
한강 잠실수영장과 시민공원수영장 등 한강 둔치의 노천수영장들은 폐장시간을 예년보다 30분 늘려 오전 9시반부터 오후 6시반까지 문을 열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일부 실내수영장에서도 30분 정도 일찍 개장하고 30분 정도 늦게 폐장하고 있다.
일부 호텔들은 개성있는 여름패키지 상품을 마련, 실속파 도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뱃놀이와 반딧불 감상을 결합한 「반딧빛 낭만여행」이 있는가 하면 시원한 야외에서 뮤지컬을 감상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은 호텔도 있다.
서울 서민들의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는 한강둔치에는 매일밤 치열한 자리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자리는 강 바로 안쪽. 일부 약삭빠른 상인들은 이곳에 미리 돗자리를 깔아두고 손님을 끌기도 한다.
각 기업체도 복더위중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배려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지난 14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각얼음과 아이스바를 나눠주고 있다. 점심시간도 30분 연장하고 회사 곳곳에 제빙기 71대를 설치해 언제든지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했다.경남 울산의 삼성전관은 지난 15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모두 3천만원어치의 청량음료와 영양제를 제공하고 있다.
그밖에 일선 공사현장에서는 공식적으로 낮잠시간을 허용하는가 하면 체력단련비를 지급해 근로의욕을 돋우고 있다. 일부 중국집은 「방에 콕 박혀」 더위를 피하는 「방콕족」들을 겨냥해 배달전문인력을 늘려 폭주하는 음식주문에 대응하고 있다.
〈이철용·정위용·이명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