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학생들의 폭력과 성문제가 뉴스로 오르내린다. 청소년문제의 근원은 비정상적인 학교교육에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의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경쟁력을 높이고 평화로운 사회를 이룩하려면 먼저 초중고교의 교육수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 우리의 고교 수학은 서구의 수준보다 훨씬 높으며 대학 교양수학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고교생의 지식수준이 높다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된다. 서울대의 경쟁력이 세계 8백등 밖이라는 사실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더구나 전방위 지식의 슈퍼맨식 등수를 정하는 수능시험은 청소년들이 무제한의 지식경쟁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식사냥 외에는 청춘의 모든 잠재력과 가치를 쓰레기통에 쓸어넣어야만 하고 학교는 지식 채찍으로 무장한 고문장이 되고 말았다.
교육의 지식수준을 낮추는 작업과 관련해 꼭 개선해야 할 사항은 이수과목 수의 대폭 축소다. 왜 모든 청소년이 미적분을 알아야 하고 14, 15세기 고문(古文)을 이해해야 하는가. 청소년들에게는 건전하게 젊음을 즐길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보장돼야 하며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감당하기 힘든 학과를 억지로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능력비교를 위한 시험은 전문분야에 한해 시행해야 하고 국가적으로 다양하고 정밀한 방법들을 개발해야 한다.
다음으로 민주시민을 위한 윤리교육이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공허한 명제의 암기나 억지 자원봉사를 통한 윤리교육이 아니라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윤리교육이어야 한다. 왜 나와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서로 협조해야 하는지, 왜 폭력이 배척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철학적 교육이 필요하다. 많은 비행청소년들은 이런 기본적인 윤리교육의 부재에서 파생된 희생자인 측면도 없지 않다. 더불어 청소년의 성교육도 감찰과 진부한 계도보다는 성의 근본과 우리의 규범에 대한 재고찰 및 21세기 폭발적 문명과의 조화를 꾀하는 적극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
우리의 높은 교육열이 제대로 된 교육과 융합됐더라면 지금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정도가 아니라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복지국가를 이룩했을지도 모른다. 교육개혁의 방향은 어떻게 청소년들의 등수를 잘 매기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들을 해방시킬 수 있느냐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정연보(인제대 분자생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