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피서지가 청소년보호법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된 이후 도시지역의 상인들이 별 생각없이 종전처럼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팔았다가 경찰에 입건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피서지 상인들은 차림새로 보아 고교생임을 쉽게 알 수 있는 경우에도 술 담배 등을 거리낌없이 팔고 있고 경찰은 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우려해 아무런 단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8시경 동해 경포대해수욕장.
청소년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담배를 피워문 채 술잔을 주고 받는 모습이 백사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친구 5명과 함께 피서를 왔다는 서울 W고 2학년 이모군(16)은 『해수욕장과 민박촌 근처 가게에서 담배 10갑을 샀는데 주인이 라이터까지 끼워 주었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주변 약국에는 콘돔 등 피임기구를 사려는 청소년이 아무런 눈치도 살피지 않고 들락거리는 모습도 눈에 띈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은 주변 지역 청소년의 「탈선장소」가 된지 오래.
오후 8시경부터 여기저기서 몰려들기 시작하는 중고생의 손에는 맥주나 소주병이 들려 있다. 자정이 넘으면 해변에 앉아 술마시는 사람의 절반이 중고생이다.
바람을 쐬러 매일 밤 이곳에 나온다는 김모씨(30·부산 수영구 광안동)는 『자정이 넘으면 이곳은 「청소년의 술거리」로 변한다』며 『교복을 입고 버젓이 술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마저 간혹 눈에 띈다』고 말했다.
서해의 안면도 만리포해수욕장의 몇몇 가게는 청소년이 주고객인 농구 야구 다트 게임의 경품으로 담배나 술을 내걸고 있다.
여름경찰서 바로 옆의 한 가게에는 「농구공 4개를 던져 다 넣으면 인형 또는 담배를 드립니다」 「다트 게임의 경품으로 술을 드립니다」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동해경찰서 망상해수욕장 파견경찰관들은 『이곳에 파견된 28명의 인원으로는 청소년의 음주 흡연 혼숙 등을 일일이 단속할 수 없다』며 『청소년보호법을 들이대고 단속을 하다간 상인들로부터 「사소한 일로 장사망친다」는 원망을 듣기 십상』이라고 털어놨다.
〈윤종구·정위용·이명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