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다. 다이옥신의 유해성에 대한 여러 논의를 정리하고 좀더 합리적인 관리를 위해 그간 축적된 방대한 연구결과들을 종합 검토한 미국환경보호청의 보고서 초안이 수차례 수정을 거쳐 나와 있다. 다이옥신의 유해성에 대한 소모적 논의를 그치고 하루 빨리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보고서 내용에 근거해 우리에게 특히 중요한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다이옥신의 유해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가진 문제다. 다이옥신은 다른 어떤 환경오염물질보다 철저히 규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충분할 만큼 그 유해성이 이미 검증돼 있다. 예를 들면 인체발암성이 구체적인 역학적 증거와 함께 전보다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일반환경에서 검출되는 극미량의 다이옥신에 의한 암발병 확률의 상한값은 1만분의1∼1천분의1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발암성 영향을 포함해 다이옥신의 유해성을 다루는 초안의 일관적인 내용이다. 최종보고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내용의 심각성을 애써 무시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국내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에 의한 인체 흡입량이 하루에 담배 몇개비 정도에 들어 있는 양에 불과하다는 식의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그 예측치의 불확실성을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즉 배출원 주변의 다이옥신 농도의 예측값은 대단히 불확실하며 심할 경우 그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조차도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흡입량이 담배 몇개비와 비슷할지 몇십개비와 비슷할지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소각로 주변에서의 직접적인 호흡에 의한 것에만 다이옥신의 영향을 한정시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다이옥신은 장거리로 이동하며 환경에 축적되므로 호흡보다 주로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유입 축적된다. 결국 호흡에 의한 영향만 보거나 소각로 주변만 영향권으로 한정하는 것은 소각로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의 영향 중 극히 일부분만을 보는 것이다.
다이옥신은 소각방식이 가지는 문제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근거도 없이 소신만 있는 소각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한 폐기물 관리에 방해만 될 뿐이다. 소각을 추진했던 그간의 노력과 열정을 쓰레기 발생량 감소와 재활용으로 돌리는 현명함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동수(서울대교수·환경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