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안양 동안高 소음실태]『선생님 말씀 안들려요』

  • 입력 1997년 8월 11일 08시 10분


지난 5일 오전 11시반 보충수업이 한창 진행중인 경기 안양시 동안고등학교 3학년1반 교실. 이 학급 元晟赫(원성혁·18)군은 교사의 강의를 들으려 귀를 쫑긋 세웠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 학교 좌우 담벼락의 5차선도로로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음과 경적, 그리고 실내의 대형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뒤범벅이 돼 교실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교사의 목소리를 똑바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원군은 『목소리가 작은 여선생님이 가르칠 때는 더욱 들리지 않는다』며 『월요일마다 앞자리에 앉기 위해 급우들 간에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가끔 비가 내릴 때는 강의 듣기를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다. 빗속을 질주하는 차량들의 소음 때문에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교사의 목소리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점심시간에는 주변 식당가에서 아파트단지 안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2분당 한대꼴로 소음을 내며 달리는데다 학교담벼락에 주정차하는 버스들의 소음 때문에 아예 창문을 닫아놓는다. 李美京(이미경·31·여)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이때문에 가끔 목이 쉰다』며 『학교 주변의 교통량이 점차 늘어 소음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말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조사결과 이 학교의 소음도는 방음벽설치 기준치인 65㏈을 훨씬 넘는 70㏈을 나타냈다. 30m 떨어진 곳에서 드릴로 구멍 뚫는 소리가 72∼82㏈임을 감안할 때 이 학교의 소음공해는 한계치를 넘어선 셈이다. 학교측은 안양시청 당국이 안양시교육청을 통해 제출해 놓은 방음벽 설치안을 적극 수용해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안양〓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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