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제씨 「치밀한 北行」…서울∼평양 「13일의 잠행」

  • 입력 1997년 8월 18일 20시 20분


『지금 친구와 함께 춘천에 있는데 며칠 있다가 돌아가겠다』 월북한 전 천도교 교령이며 국민회의 상임고문인 吳益濟(오익제)씨가 지난 8일 집으로 전화를 걸어 한 말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씨는 이 때 미국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당국은 오씨가 지난 3일 오후 6시40분발 대한항공 011편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난 것으로 확인했다. 오씨는 그곳에서 여행사를 경영하는 김모씨의 도움을 받아 북경으로 건너갔고 북경에서 열차편으로 지난 15일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씨가 가족에게 거짓말을 한 점으로 미뤄볼 때 오씨는 이미 한국을 떠날 때부터 평양을 목적지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오씨는 천도교 교령으로 있던 지난 94년 1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적이라는 말을 들어온 천도교의 최고 수장으로서는 드물게 「진보적」인 발언을 해 수사당국의 「관심」을 끌었다. 오씨는 이 인터뷰에서 『민족의 열망인 통일을 빚어내지 못하는 민주주의는 내용이 빠진 가짜 민주주의』라고 못박고 『민간 차원의 남북 종교교류는 어떤 이유로도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씨는 또 『민족이 있고 나서 국가가 있다. 때문에 통일 노력을 공권력이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 김구선생과 문익환목사는 그래서 정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씨는 94년7월 재야단체인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의 고문 28명 중 한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문제는 오씨가 국민회의에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것. 95년 8월 국민회의 창당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오씨는 다음달 상임고문에 위촉됐다. 또 당내 종교특위위원장을 맡았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는 지난 5월19일 전당대회가 끝난 뒤 재위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씨는 평당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한국당측은 지난 6월4일 국민회의 45차 당무회의 회의록에 오씨가 배석자로 기록돼 있고 가족들은 지난주에도 국민회의로부터 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말을 오씨에게 전해 달라는 전화를 두통이나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한기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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