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등록대수가 1천만대를 돌파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제15위의 자동차 보유국가가 됐다. 하지만 단위면적당 자동차수는 미국의 1백배나 되는데도 도로비율은 70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고 교통사고율은 늘어만 가고 있다. 게다가 주차공간 부족에다 준법정신 결여 등 교통여건마저 극히 열악한 실정이다. 자동차 대기오염은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도시까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같은 자동차로 인한 심각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자전거 타기의 활성화를 제안한다. 70년대만 해도 자전거는 통근 통학 쇼핑에 이용됐고 자전거 타기가 체육시간의 정규과정으로 들어가 있었다. 자전거는 쉽게 이용할 수 있고 건강을 증진시켜주는데다 도로공간을 덜 차지해 경제적이며 대기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도시 교통난과 환경오염 완화에 가장 적합한 교통수단이라 하겠다.
자전거 타기의 효과를 계량적으로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서울시내 자가용 중 10%만 자전거로 대체된다고 해보자. 자동차의 평균 주행속도가 4㎞정도 빨라져 도로율이 2% 증가하는 셈이고 42만대분의 도심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시설투자 효과로 따지면 3조5천여억원에 해당한다. 또 절약되는 에너지만 해도 4천8백여억원에 이르니 연간 4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 셈이다. 환경오염방지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이익이라 하겠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나라 각 도시에는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도로시설이 미비해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 타기는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을 마련하고 경주 일산 등 몇몇 도시에 자전거도로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잘못된 노선선정과 연결성의 미비로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 이용을 실용화하자면 우선 일반도로와 분리된 자전거전용도로를 확보해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자전거도로망을 갖춰야 한다. 이어 자전거보관소의 설치, 안전시설 완비, 시민들의 동참의식 확산 등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자동차 1천만대 시대에 걸맞게 교통문제를 완화시키는 대책의 하나로 자전거를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자전거전용도로 개설에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도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하겠다.
최재영(경주대교수·환경조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