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3시경 경기 파주시 조리면의 공릉저수지. 낚시를 하는데 낮에는 1만원, 해가 진 뒤 야간에는 1만5천원 하는 비교적 깨끗하기로 이름난 곳이다. 저수지 입구로 들어서자 잔잔한 수면이 산자락을 병풍삼아 시원스레 펼쳐졌다. 평일에다 비까지 내렸지만 20여명이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고기가 많이 몰리는 지점에 이르자 멀리서 보던 것과는 달리 오물냄새가 확 풍겨왔다. 저수지 주변 풀밭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썩고 있는 쓰레기 냄새였다. 라면을 끓여먹고 남은 찌꺼기, 참치캔, 수박껍질, 1회용 도시락, 부탄가스통….》
저수지 주변은 말그대로 「풀 반 쓰레기 반」이었다.
저수지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수록 쓰레기 더미는 더욱 커지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비닐돗자리 유모차 화투 타다남은 모기향 등….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낚시터 6천여곳(유료낚시터 4백6곳 포함)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량은 연간 3만t. 우리나라 하루 쓰레기 발생량인 4만5천t에 맞먹는 양이다.
공릉낚시터의 관리소장은 『요즘에는 집안에서 나온 쓰레기도 가져와 버리는 사람이 있다』며 『워낙 아무데나 버리고 가기 때문에 청소원 2명이 저수지 주변을 깨끗이 치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쓰레기와 별도로 하천과 호소(湖沼)에 뿌려지는 떡밥만도 연간 2만t. 4.5t 트럭 4천대 분량의 오염물질이 강과 호수로 흘러들어 부영양화를 일으켜 물을 썩게 한다.
이제는 바늘 하나에 조그만 미끼를 달고 낚시찌의 미묘한 움직임을 보며 물고기와 대화를 나누는 전통적인 강태공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낚시터에서는 릴낚시를 금지하고 있고 낚싯대도 3개까지만 허용하지만 지키는 사람도 단속하는 사람도 없다. 공릉저수지의 낚시꾼들도 4∼7개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고 이중 4개 정도는 릴낚싯대였다.
저수지 물을 썩게 만드는 또다른 요인은 무단 방뇨.
공릉저수지에는 임시화장실이 한곳 설치돼 있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찾아와 볼일을 보는 사람은 드물다. 아이들이 오줌이 마렵다고 보채면 그자리에서 저수지에 대고 누인다.
저수지 안에 좌대(座垈)를 설치해놓은 곳은 더하다. 뭍으로 나오지 못하니 그자리에서 대소변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
공릉낚시터 관리소장은 『좌대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에 이곳에도 좌대를 10개정도 설치할 계획』이라며 『대소변 문제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