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세계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여러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농업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수대응적 생산과 가공저장 유통이라는 농업구조로 만족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 출범에 따라 수출 경쟁력 확보 없이는 우리 농업이 생존할 수 없게 됐다. 농산물의 규격화 포장화는 물론 국제단위의 사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세계화 과정에서 국제단위 사용을 선도해야 할 언론이나 정치인은 물론 고위 농정관계자들까지도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농업생산량 특히 주식인 쌀의 생산량을 말하거나 표기할 때 국민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킬로그램(㎏)이나 톤(t)단위 대신 극소수만이 가늠할 수 있는 섬단위를 사용, 식량과학을 전공한 학자들마저도 가늠이 어려워 불만스러울 때가 많다.
식량사정은 국민이 잘 이해할 수 있게 홍보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위를 쓰고 있으니 세계화에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섬단위에 대한 인지도 파악을 위해 주변의 농업관계자들에게 섬에 대한 ㎏ 환산량을 농담삼아 물어보았더니 아는 사람이 밥에 뉘가 들듯 드물 정도였다.
섬은 국제도량형 단위를 사용하도록 법제화하기 전에 사용됐으나 과학적 체계성이 없는 단위로 이제는 공문서나 과학도서에도 쓰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섬단위는 곡물마다 다른 실정이다. 같은 1섬이라도 벼는 1백㎏, 현미는 1백55㎏, 쌀은 1백44㎏이다. 또 콩은 1백35㎏, 보리는 1백38㎏으로 제각각이다.
굳이 섬단위에 담겨진 의미를 찾아본다면 아마도 한사람이 1년에 소비할 수 있는 곡식량이나 1년을 넘기는데 필요한 곡식량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1년 양식으로 필요한 쌀의 양은 인구 4천5백만명에 1인당 쌀소비량 1백㎏ 정도로 계산해 4백50만t이 되고 여기에 가공용쌀 50만t을 더해 5백만t 정도로 충분하다고 설명하면 더욱 알기 쉽다.
지난 63년 미터법 사용의 법제화로 거래나 교육 과학 등 여러 부문에서 국제단위를 써왔기에 대다수의 국민이 이미 익숙해져 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서도 과학성이 없고 국민의 이해가 부족한 섬단위를 사용한다면 곤란하다. 이제부터라도 생산량을 표기할 때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이나 t단위를 써야 한다. 통일된 국제도량형 단위를 써야 무역이나 세계화에 바람직하며 단위 사이의 일관성을 갖게 된다.
김중만<원광대 생명자원 과학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