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장관 올브라이트는 중년의 이혼녀다. 그녀는 자국민도 용서하고 있는 크메르 루주 지도자 폴 포트를 국제재판에 다시 끌어냈다. 홍콩이건 유럽이건 역사의 현장에는 그녀의 식을줄 모르는 열정과 에너지가 넘친다.
우리에 비해 몇십배의 국력을 자랑하는 미국인도 그녀를 환경이나 복지가 아닌 국무장관으로 추대하는데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집요한 추진력과 단호함이 세계의 안보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21세기 한국 인력자원의 마지막 보루는 여성이다. 생산직 여성인력은 지난 70년대 전성기를 구가해 공로를 인정받았으나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 이제는 고급 여성인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할 시점이다. 그중에서도 시간과 결정권에 있어 구애받지 않는 독신여성들의 엄청난 응집력과 폭발력을 정부당국이나 정당 기업들은 적극 활용해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독신가구는 1백60만에 이르며 전체가구의 13%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이 지난 6일의 독립여성연합 창립총회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단체의 관리차원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은 큰 변화를 의미한다. 굳이 원하지 않아도 독립여성이 조만간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떠오르리라는 예측은 명약관화하다.
능력과는 관계없이 독립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세금공제 등 제도적 불이익은 여전해 사회전체의 통합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명한 국가경영자라면 비록 늦기는 했다지만 독립여성의 사회적 입지를 확보해주고 그들의 에너지를 진취적으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독립여성들은 그동안 혼자 목소리를 냈을 때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제 그들이 조직적인 세력으로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별자나 이혼자 미혼자 등 독립여성에 대한 구체적인 복지정책의 수립 시행이 시급한 시점이다.
독립여성연합 창립총회에서는 『독립여성에 대한 불공정한 언사나 조직내에서의 불공정한 처우에 대해 1백만 독립여성의 이름으로 용납치 않을 것이며 항상 신고의 문(02―3273―4029)을 열어 놓겠다』는 결의문이 채택됐다.
유권자의 54%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여성인력을 중용하는 지도자를 꼭 가려내야 한다. 이같은 주장이 와닿지 않는 후보자들은 출사표를 보류하라고 깨우쳐주고 싶다.
이영자(독립여성연합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