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양궁 전종목 석권과 박찬호 선동렬의 눈부신 활약은 잇달아 터지는 악재에 찌들은 국민들에게 시원스런 청량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박찬호의 병역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박찬호만이 아니다. 다른 분야에서 그만큼 재능을 가졌지만 분야의 특성상 매스컴을 타기에는 이른 젊은 남자들도 많다. 왜 우리 나라에는 아직까지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지 섭섭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는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노벨상 수상자들을 접할 기회를 많이 가졌다. 세계 정상급의 연구원 교수들과 자주 토론하며 연구주제를 잡아갔는데 이 대화에 낄 수 있으려면 반사적인 지식이 필요했다. 그들은 대부분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거쳤고 군대도 가지 않았다. 선두그룹에서 탈락하면 첨단 연구주제를 잡는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데 반해 석학들에게 재능을 인정받으면 취업이나 연구비 조달, 연구업적 홍보 등에서 엄청난 특혜를 받는다.
노벨상을 탈 정도의 기발한 연구를 박사과정이나 연구원 초기에 하지 못하면 대체로 살아남기 위해 남들이 하는 연구를 따라가는 입장에 서게 되고 만다. 그런데 한국의 과학영재들은 바로 그 기간에 군대를 가야 하는데다 예체능계처럼 매스컴을 타기에는 너무 이른 것이 현실이다.
박찬호는 마이너리그에서 3년간 사활이 걸린 훈련을 받고 라소다의 특혜를 받아 메이저리그에 등판했다. 피아자가 특혜시비를 벌였지만 결국 그는 에이스가 됐고 은퇴할 때까지 적어도 1천억원을 벌어들일 전망이다.
피아자가 감독이었다면 박찬호는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좌절에 빠졌을 것이다. 기회균등의 나라인지라 미국민들은 라소다를 욕하지 않고 오히려 훌륭한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옛 소련 역시 국위를 선양해줄 영재들에게는 특별배려를 했었다.
영재들에게는 조금만 잘해도 칭찬을 받는 한국이라는 무대는 조그만 연못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정도의 영재들이 수없이 많아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조차 없는 무대에 가서 뛰어야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우리 나라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자연계의 특수한 인재를 조기에 발견해 그들이 세계 어디서나 마음대로 교육받고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각계의 추천으로 교육부와 과기처장관이 대통령에게 건의해 병역을 면제받도록 해주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본다.
김재삼 (포항공대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