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신종원/「세입자보호」대법판결 환영

  • 입력 1997년 9월 6일 08시 14분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갔더라도 전세금을 다 받지 못하면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판결 기사가 2일자 신문에 일제히 실렸다. 보도가 나가자 서울YMCA 상담창구에는 전세입주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대부분 경매로 전세금을 날렸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구제가 가능한지를 물었다. 이런 사정은 다른 상담창구도 비슷했을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번 판결의 중요성을 고려, 상세한 해설기사까지 싣기도 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의 핵심은 전세권등기를 하지 않은 임대차에 대해서도 입주 후 전입신고와 함께 전세계약서에 확정일자 날인을 받으면 전세금액의 한도에 상관없이 전액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매에 걸려 있거나 지나치게 저당이 설정된 집에 입주했다면 확정일자를 받거나 전세권등기를 해도 보호받기 어렵다. 그런데 확정일자를 받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 되나. 경매시 우선변제권이 없어 순위에 따른 권리행사를 못하게 되지만 다행히 전세금 전액을 보호받을 수 있는 경우는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가 정한 대항력(입주와 전입신고)을 제1번 근저당권보다 먼저 취득한 때다. 이 경우는 경매시 경락대금을 배당받을 수는 없지만 전세금 전액을 반환받을 수는 있다. 세입자는 전액 반환받을 때까지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지위가 된다. 이번 대법원의 판례는 바로 이같은 「1번 근저당권보다 앞선 1천5백만원의 전세입주자가 전입신고 후 계약서상 확정일자를 즉시 받지 않았던 사례」에 대한 판결이다. 전세입주 후 전입신고와 함께 확정일자를 마쳤다면 당연히 경매대금에서 1순위로 전액배당을 받게 된다. 그러나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 경락대금에서 배당은 받지 못했으나 경락인으로부터전세금 전액을돌려받을때까지 퇴거에 불응할 권리가 있는 경우였다. 물론 1천5백만원의 소액임차인이기 때문에 확정일자에 상관없이 일부(5백만원)를 최우선 변제받았다. 지금까지는 1번 근저당권보다 먼저 대항력을 취득한 세입자가 「최우선 변제에 따른 배당요구와 경락인에 대한 대항력」 등 두가지 권리행사에서 선택적이라거나 동시에 행사할 수 있다는 이견이 있었다. 이번 판례는 세입자가 두가지 권리를 동시에 행사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번 판례에 영향을 받을 세입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택임대차에서 세입자보호의 요체는 해당주택의 등기부등본을 살펴 문제여부를 확인하고 입주 후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필하는 것이다. 신종원(서울YMCA 시민중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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