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시청 3층 기획상황실. 조순(趙淳)서울시장은 국실장급 이상 간부 30여명이 참석한 마지막 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임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우선 『민선시장으로 낯선 시청에 들어온지 2년2개월만에 무거운 짐만 남기고 나가는 것 같아 많은 감회와 함께 미안하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이임에 대해서는 여러차례 입장을 밝혔으므로 당부의 말씀 몇가지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조시장은 올들어 여론의 질타를 받은 세가지 잘못된 시정에 대해 예를 들어가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먼저 △버스요금인상 때 현금승차시 할증료를 내도록 한 것 △지난 5월말의 1백만 가구에 대한 단수예고를 어긴 일 등 두가지를 들어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을지 몰라도 시민의 입장에서는 큰 잘못이었다』고 지적했다.
조시장은 「당부의 말」이라기 보다는 질책성 발언을 계속했다. 그러나 조시장은 그 어느 대목에서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 당부」라며 『오는 2002년 월드컵 경기는 국민의 여망에 따라 반드시 서울에서 개최돼야 하고 시는 이를 위해 모든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시장은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자세를 지적한 뒤 『뚝섬돔구장 건설과 관련한 서울시의 입장은 시민들의 이해를 얻는데 실패한 공급자 위주의 사고이며 그에 따른 해명서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잠잠했던 간부회의장의 분위기가 갑자기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간부들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들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의아스러움이 교차했다.
조시장이 언급한 뚝섬돔구장 및 월드컵전용구장 건립은 그가 사퇴를 선언한 이후에도 계속 언론에 보도된 현안으로 이에 대한 조시장의 「지침」은 분명했는데도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월드컵경기장 건설에 대해 과도한 건설비용 등의 이유로 소극적이었던 사실은 간부라면 누구나 잘 기억하고 있었다.
몇몇 간부들은 『대선에 나간다더니 사람이 달라졌다』고 수군거렸다. 그리고 『자탄의 목소리로 들린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회의가 끝난뒤 한 간부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던 조시장이 이제와서 모든 잘못을 담당 공무원들의 책임인 양 몰아붙이는 것은 떠나는 사람으로서 떳떳지 못한 언행』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