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임신부가…』허찔린 경찰…커피숍서 검문 그냥보내

  • 입력 1997년 9월 12일 20시 07분


뱃속의 아기가 엄마를 일단 위기에서 구한 대신 다른 집안의 귀한 자식을 숨지게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경찰은 「임신부라는 이유 때문에」 다 붙잡았던 유괴범을 놓아 주는 우를 범했다. 지난달 31일 밤 9시경 경찰이 협박전화 발신지를 추적, 발신 장소인 서울 중구 명동 S커피숍을 덮쳤을 당시 유괴범 전현주씨는 다른 손님 12명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 경찰은 출입구 3곳을 모두 막고 손님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했다. 전씨 차례가 되자 전씨는 가방을 다른 곳에 두고 왔다며 근처 모주점에 있던 일행에게 호출기로 연락, 가방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전씨가 학교 후배들이 가져온 가방에서 신분증을 꺼내 제시한 뒤 경찰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을 때 소동이 빚어졌다.한 후배가 『임신부를 왜 이렇게 오래 붙잡아두고 힘들게 하느냐』면서 거칠게 항의를 하고 나선 것.이에 경찰은 전씨를 세밀하게 조사하지 않고 돌려보냈다. 경찰이 당시 확보한 손님 13명의 인적사항을 토대로 추가 확인작업을 벌인 끝에 전씨를 검거하긴 했지만 무려 12일이나 지난 뒤였으며 나리양은 이미 숨진 뒤였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경찰 주변에서는 『당시 경찰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에게 혐의점을 두고 완벽한 확인작업을 거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다잡았던 범인」을 놓친 것은 사건 바로 다음날이었으며 아직 공개수사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였으므로 나리양이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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