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칩,돈인가 아닌가…해외도박 판결앞두고 신경전

  • 입력 1997년 9월 17일 20시 15분


카지노에서 돈 대신 사용하는 도박 칩은 돈인가 아닌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라지호텔 카지노 도박사건의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검찰과 변호인, 법원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지검은 지난 10일 미라지호텔 카지노에서 3백55만 달러를 빌려 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대전 동양백화점 부회장 오종섭(吳宗燮·41)피고인에게 징역 3년과 함께 3백55만달러(약 28억4천만원)의 추징금을 구형했다. 검찰은 다른 2명의 피고인에 대해서도 카지노에서 빌린 돈의 액수에 해당하는 22만5천달러씩의 추징금을 구형했다. 검찰이 이처럼 거액의 추징금을 구형한 근거는 외국환관리법. 이 법 제33조는 『외국에서 불법으로 빌린 외국환, 기타 증권 귀금속 부동산 등은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변호인들은 『카지노에서 빌린 것은 외화(外貨)가 아니라 카지노 칩』이라며 추징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용석(崔容碩)변호사는 『카지노 칩은 특정호텔 카지노에서만 유통되는 것으로 화폐로 볼 수 없으며 증권이나 귀금속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아직 판결은 하지 않았지만 고심중이라는 반응.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외국환관리법 규정상 도박장에서 칩을 외상으로 산 것은 외국환이나 증권, 보석 등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검찰의 법률적용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빌린 것은 형식적으로는 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달러』라며 『법규정을 형식논리적으로 해석하면 앞으로 해외도박사범들에 대한 추징이나 몰수는 불가능해진다』고 반박했다. 〈이수형·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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