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4일 한보특혜대출 비리사건 항소심에서도 한보그룹 총회장 정태수(鄭泰守)피고인에게 징역15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은 권력형 부정비리는 엄벌해야 한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정피고인에게 적용된 사기 횡령 혐의와 권노갑(權魯甲)피고인에게 적용된 「포괄적 뇌물죄」를 모두 인정, 왜곡된 기업경영과 정치인의 관행화된 금품수수에 쐐기를 박았다.
재판부는 정피고인에 대해 『비정상적이고 비윤리적인 기업운영으로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준 만큼 응분의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중형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권피고인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직무와 금품수수가 전체적으로 포괄적인 대가관계에 있으면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며 뇌물 범위를 폭넓게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정치인이 돈을 받으며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돈이 일반인의 상식으로 뇌물이라는 실체를 갖는 한 죄가 성립한다』며 「떡값」이라는 정치인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 권피고인을 제외한 정치인과 일부 은행장들에게는 정상을 참작해 1심보다는 다소 관대하게 처벌했다.
우선 검찰이 한보사건의 「몸통」으로 규정한 홍인길(洪仁吉)피고인에게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반성한 점이 인정된다』며 1심보다 1년을 줄여 징역6년을 선고했다. 정재철(鄭在哲) 김우석(金佑錫) 황병태(黃秉泰)피고인 등 신한국당 의원 3명도 『이들이 중견 정치인으로서 그동안 정치 사회적으로 공헌한 점이 크고 고령에 지병을 앓고 있는 점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이들에게만 집행유예가 선고됨으로써 똑같이 3년형을 받고도 실형을 살게 된 일부 은행장들과의 형평성 시비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관계자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정치인들이 그동안 병원에서 지내온데다 사회기여도나 죄질면에서 은행장들과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며 정치인에 대한 지나친 배려라고 지적했다.
〈이호갑·신석호기자〉